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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암면 가창리 일대에서 월동중인 독수리와 까마귀·까치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뒤엉켜 먹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
몸길이가 1~1.5m에 달하는 독수리가 사진 촬영 중인 기자의 머리 위를 날 때 들린 바람 가르는 소리는 온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며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 것 같은 공포감 때문이다. 수십km밖의 먹이를 응시할 수 있는 눈동자와 날카로운 발톱을 보면 솔직히 겁부터 났다. 다행인 것은 덩치 탓인지 어느 정도 다가가도 좀처럼 날지 않는다는 것과 살아있는 먹이보단 죽은 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나라를 비롯 티베트와 중국, 몽고와 만주 등지에 분포하는 겨울새인 독수리 몸은 전체가 균일한 암갈색이다. 정수리와 윗목에는 털이 없고, 목 주위에는 특이한 깃이 있다. 짐승의 시체나 병들어 죽어가는 짐승 등을 먹이로 한다. 하늘을 날 때는 날개를 편 채 기류를 이용해 비행기처럼 난다. 용맹스럽고 잔인한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몸이 둔해서 살아있는 동물은 잘 포획하지 못한다. 1973년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처인구 백암면 가창리 일대에서 독수리가 월동을 시작한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이곳 주민 김광석 씨는 지난 해 말, 우연히 집 앞 논바닥 한가운데서 죽은 고라니를 먹고 있는 독수리를 발견했다. 이때 김씨는 폐사한 돼지를 먹잇감으로 내 놓았고, 순식간에 먹어치운 독수리들의 서식지가 되기 시작했다. 독수리가 가장 많이 모일 때는 100마리가 넘는다. 어느 날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천시와 경계지역인 가창리 하늘에서 기류를 타는 독수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거대한 비행기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독수리 외에 까마귀와 까치의 먹이 쟁탈전이다. 이들은 수십배에 달하는 거대한 몸짓의 독수리가 옆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수리 등위에 올라 타거나 독수리가 물고 있는 먹이까지 빼앗으려 덤벼든다. 반면 뾰족한 입을 가진 까마귀와 까치들이 먼저 동물의 사체를 쪼아 찢어 놓는 덕분에 굽은 부리의 독수리가 쉽게 고기를 먹을수 있는 등의 상생을 하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물 사체를 최고의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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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고기를 즐기는 독수리가 폐사한 돼지 사체를 먹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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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으로 모여 먹이를 먹는 독수리들의 뒤쪽에서 촬영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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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독수리 한 쌍의 모습이 여유롭다. 기자의 근접 촬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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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수리들은 하늘의 제왕답게 사람의 머리위에서도 여유롭게 배회하며 낮은 비행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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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수차례 먹잇감이 있는 밭에 내려앉았다가 비상하는 모습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
처음으로 멸종위기 보호종인 독수리가 용인지역에서 집단 월동을 시작했다. 이번 겨울이 지나간 후 또 다시 용인을 찾을지 궁금하다. 또한 취재중 아랫 지방에서 구제역 발생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축산농가 관계자들은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의 서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언론보도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질까 마음 한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종경 poet01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