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철거, 고난 속 희망의 싹 틔웠다

  • 등록 2020.12.28 0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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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법인 교육시설 ‘사단법인 반딧불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 학습자 소수 정원제 운영
용인 제8구역 재개발로 철거… 이전지 ‘발동동’
지역공동체 도움으로 지난달에야 새둥지 이전
장애인·비장애인 편견 장벽 허문 ‘배움터’ 내실화

 

[용인신문] “올해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고진감래가 떠오릅니다. 코로나19로 1월부터 전 국민이 오늘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코로나 종식이라는 감래의 소식도 최대한 빨리 들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우리 교육장인 사단법인 반딧불이가 위치해 있는 곳이 용인 제8구역 재개발로 철거됨에 따라 새로운 이전지를 찾아야 했기에 고진의 시간이 길었고 11월이 돼서야 비로소 감래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박인선 교장이 말하는 올해다.

 

이전까지는 시 소유의 무상임대 건물에 입주하고 있었기에 많은 보조금 사업을 운영했고 18년째 장애인문화공동체로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비영리법인 교육 시설인 사단법인 반딧불이는 전적으로 실제 운영비인 프로그램 강사료와 재료비만을 지원받기 때문에 민간건물 입주 시 수익사업을 통한 자구책 없이는 주기적으로 발생할 임대료 및 관리비, 계약 기간에 따른 비용인상 등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용인시는 평생학습도시 재도약을 위한 5개년(2019~2023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으로 시민들의 삶의 가치를 완성하는 도시 용인’이란 비전을 제시하며 학습성과의 지역사회 나눔과 질적 성장을 지향했다.

 

특히 장애인·비장애인 프리허그데이 운영, 성인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 증액 등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평생학습에도 적극 지원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사람 중심의 평생학습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이 목표인 사단법인 반딧불이가 용인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살 집을 구하는 심정으로 학습자들의 접근성, 시설이용 편의성, 안전성 등을 갖춘 건물만 수십 곳을 찾아다녔고 높은 임대료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 장애인시설에 대한 편견이라는 벽에 부딪혀 주저앉은 날도 정말 많았다.

 

그때마다 반딧불이 가족인 장애인 학습자 가족, 후원자, 봉사자, 지역주민들과 용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고 마침내 11월 새로운 둥지를 찾아 이전했다.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소원하며 학습자들과 박 교장이 간절히 바라던 ‘운동장 있는 3층 건물’로 결국 지난달 12일 이전하게 됐다. 운동장처럼 넓은 주차장이 있고 협진빌딩 3층 건물에 2층 전체를 3년 동안 임대한 것이다.

 

이전하고 첫 수업이 있던 날 집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학습자들과 만났고 그동안 반딧불이 이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온 학부모들과 축하 인사 나누느라 정신 없었다. 무엇보다 장애인교육과 복지에 용인시가 발 벗고 나서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습자도 평소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소수 정원제로 운영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프로그램도 운영하거나 중단되기를 반복해 사업 기간도 많이 단축됐다.

 

결국 사회교육프로그램인 가족 어울림 축제와 여름 캠프, 야외체험, 어우러지기 봉사활동은 할 수 없었고 제17회 정기예술제는 일주 동안 무관중 비대면 공연과 자체전시회만으로 진행했다. 중·고등학교 특수학급도 코로나19로 인해 학사일정이 많이 단축됐지만 힐링난타, 도예, 찾아가는 성교육을 통해 74명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타악퍼포먼스 학습자들 중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난타공연팀 ‘반디스틱’은 각종 지역행사 무대에서 솜씨를 뽐냈고 장애인 학습자들이 지난해 직접 작사·작곡한 용인시 로고송에 맞춰 리틀용인 어린이뮤지컬단과 함께 플레시몹 영상을 제작했다. 용인중앙시장에서 2회 열기로 했던 버스킹공연은 무관중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블랭크(나무토막)를 깎아 이름을 각인한 우드펜은 2018년에 교통약자 지원센터 등에 300개, 지난해 환경미화원과 자율방범대 등 지역사회봉사자에 600개, 올해는 장애인활동지원인과 장애인복지관 종사자, 고등학교 3학년 특수학급의 예비사회인 등에게 300개를 기부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했고 그 결과물을 지역사회와 나누며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써 이름을 알렸다.

 

장애인 취·창업을 지원하는 2차 사진가공 프로그램 ‘펄샤이닝’은 용인중앙시장 소상공인과 지역주민들에게 작품을 기부했고 ‘나도시인’에서는 시화전과 더불어 제17호 ‘또 다른 시작’이란 시집을 출간했다.

 

오일파스텔을 이용하는 상업미술인 초크아트 자격증과정은 메뉴판 등을 제작해 필요한 곳에 기부했고 4명이 전문자격 3급을 취득했다. 특히 3급 자격을 취득한 서상원, 김하나, 임혜원, 소효정은 장애인평생학습발표회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으로부터 상장을 수여 받게 돼 겹경사가 됐다.

 

해마다 치렀던 정기예술제는 코로나19로 고민하다 유휴공간을 갤러리로 꾸며 각 프로그램 제작물들을 전시하며 학습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반딧불이 인근 주민들부터 그동안 정기예술제를 사랑해 준 관객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전시회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한 상태로 호황을 이룰 수 있었다.

 

지난 19일 문화교육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료식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수강인원이 3분의1로 줄었지만 열정만큼은 3배 뜨거웠다. 이날 장애인 평생교육 유공자 표창으로 조계진(25세)이 시장상을 수상했고 청소년야간보호사업 참여자들이 연극 ‘꽃들에게 희망을’, 기타공연 ‘너의 의미’로 올해의 사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슬로건인 ‘우리는 하나(We are one)’에 맞춰 학교 이전문제와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직원, 학습자,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하나로 뭉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박기현 기자 pkh45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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