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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김종경의 포커스 인(Focus In) 용인

‘총소리가 들리는 언덕’…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인신문 | 최근 필자를 포함한 여섯 명의 동화 작가가 전쟁 동화 앤솔러지 『총소리가 들리는 언덕』(별꽃어린이)을 출간했다. 이 책은 총성이 울리는 순간 일상이 파괴되고, 폭격 속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시간’에 주목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폭력 앞에서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그리고 총성이 멎은 뒤에도 상실과 단절의 유산을 짊어져야 하는 참전 지역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자 기성세대의 반성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현실은 책 속 이야기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과정에서 이란 남부 미나브시의 한 초등학교가 폭격당했다. 3월 3일 치러진 장례식에서는 무려 175명의 어린 여학생들이 차가운 땅에 묻혔다. 30분 간격으로 발사된 두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평범한 교실을 한순간에 무덤으로 바꾸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폭격을 주도한 자들의 민낯은 악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의해 미군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의 자작극’이라며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발뺌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수천 명의 민간인 희생 앞에서도 전과(戰果)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우리는 동화를 통해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이의 시간은 누가 책임지는가”를 물었다. 전쟁이 아이들의 일상이 되는 순간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 강대국들은 앞장서서 민간인 거주 지역에 미사일을 투하하고, 이를 군사적 전과로 포장하며 국제법과 윤리를 무시하고 있다.

 

작가이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 전쟁이 남긴 과거의 상흔을 기록하고 위로하고자 했으나,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대규모 민간인 희생 앞에서는 위로의 언어조차 무력해진다.

 

이란에서 희생된 175명의 어린이, 그리고 지금도 포연 속에 방치된 전 세계 참전국 아이들에게 참회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아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얻어지는 평화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미나브시의 파괴된 학교는 단순한 폭격의 결과물이 아니라, 강대국의 오만과 맹목적 군사 행동이 빚어낸 명백한 범죄 현장임에 틀림없다.

 

이번 참사를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등 양국 지휘부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역사는 이들을 무고한 어린이를 희생시킨 전범으로 기록할 것이다.

 

『총소리가 들리는 언덕』은 섣부른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아이들을 조명할 뿐이다. 아직 총성이 멎지 않은 언덕 너머, 억울하게 스러진 175명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는 침묵을 깨고 기록하며 계속 비판할 것이다. 그것이 살아남은 어른이자 글을 쓰는 작가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