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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와 공천의 품격

강준의(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해가 바뀌고 계절이 다시 한 바퀴를 돌아온 지금, 세상은 시끄럽다. 먼 타국의 전쟁으로 인한 여파는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사이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거리마저 어지럽고 소란스럽다. 계절은 분명 새로워졌건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복잡한 물결 속에 놓여 있는 듯싶다.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적 현실과 인간이 존재한 이래 이어져 온 정치 환경은 언제나 말이 많고 복잡하다. 돌이켜보면 경제적 여건은 십 년 전에도 쉽지 않았고, 십 년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지방 기초의회를 비롯해 선거구의 특성상 공천 순서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공천을 얻기 위한 경쟁은 때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치열하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사람을 선출해 봉사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적 책임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봉사의 의도보다는 공천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편법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자신의 역량과 성실한 활동을 통해 공천을 받는다면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금전 거래나 뒷이야기가 들려온다. 만약 이러한 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부끄러운 일이다. 배지를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존재하는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강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출마자의 역량과 순수한 의도와는 무관하게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 사천이나 금력에 의한 추천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공천의 의미를 벗어난 또 다른 형태의 부정일 뿐이다.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뒷거래를 시도하는 이들이다. 다소 거북한 표현일 수 있지만 우리는 흔히 이들을 ‘브로커’라고 부른다. 이들의 배경은 지역 권력과 연결된 사람부터 정치 주변을 맴돌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이 지역 정치 환경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라도 이러한 부정한 행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후한 시대에 양진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학식이 높고 마음이 곧으며 청렴결백해 사람들로부터 ‘관서 지방의 공자’라 불렸다. 어느 날 동래 태수로 부임하던 길에 창읍 이라는 곳에 머물렀는데, 그가 예전에 추천해 주었던 창읍 현령 왕밀이 한밤중 찾아왔다.

 

왕밀은 황금 열 냥을 내밀며 “존경의 마음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 깊어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양진은 이렇게 답했다.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아는데(子知) 어찌 모른다 할 수 있는가.” 그리고는 그 황금을 단호히 물리쳤다.

 

사람들은 종종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마음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특히 공직을 맡으려는 사람이라면 더욱 스스로를 엄격히 돌아봐야 한다. 법과 여론보다 앞서는 것은 자신의 양심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며 내미는 그 손길이 과연 지역을 향한 진심 어린 봉사의 손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해와 계산이 얽힌 손인지를 많은 이들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 지역의 내일을 맡길 지도자를 선택하는 이 중대한 과정에서, 후보를 가려 세우는 공천이 과연 품격과 책임을 갖추고 이루어질 것인지, 유권자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선택이 될 것인지 또한 엄중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