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1947년 겨울, 사람들은 살기 위해 제주시 조천읍 한라산 자락, ‘시안모루’라고도 불리는 북받친밭으로 올라갔다. 어떤 이는 그곳을 ‘이덕구 산전’이라 불렀다. 이곳은 제주 4·3 사건 시기에 제주읍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대토벌’의 광풍을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다. 『북받친밭 이야기』는 여기에서 최후를 맞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펼치면 한 페이지가 되는 병풍책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각 면을 채우고 있다. 과거의 주인공은 이덕구이다. “그 선생님 사상이랬자, 당시는 민족주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걸 배워야 우리나라가 잘 될 거라고 생각들 했지요.” 과거사 속 주인공은 이덕구. 마을 사람들은 그저 사람 좋은 스물 아홉 청년으로 기억한다. 흑백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과거는 오히려 그 단출한 검정펜의 궤적과 짧막한 증언에 의해 더욱 먹먹하다. 도대체 덕구에겐 무슨 일이 있었떤 것일까?
또 다른 면엔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덕구를 기억하는 숲, 덕구처럼 스러져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숲으로 들어가는 발자취. 한 걸음 한 걸음 때죽나무 숲으로 걸어간 발자국은 서늘한 숲에서 눈처럼 떨어진 종랑꽃을 바라본다. “죽는 것이 더 슬펐을까? 잊히는 것이 더 슬펐을까?” 작가는 이 서늘한 숲에 기억이라는 온기를 데려와 색을 입힌다. 아주 조금씩.
그림책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하루 12시간씩 200일 동안 130개의 붓펜을 썼다고 한다. 덕구의 싸움도, 작가의 예술도 모두 간절하고 치열하고 처연하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