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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누각ㅣ이향란

공중누각

              이향란

 

내가 당신에게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이 될 즈음

내가 당신에게 버릴 수 없는 사람이 될 즈음

나는 지상에서 없는 사람이 되었고

 

당신이 내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될 즈음

당신이 내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될 즈음

당신은 지상에서 흔적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지상에서 없어지고

당신이 흔적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번개가 되고 구름이 되었다

 

당신과 나의 말과 행동은

비록 천상에 가닿지 못해도

번쩍이거나 울컥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상에서 우리를 끝까지 감싸주던 것은

나무나 못이 되어

보이지 않으나 보이는 집을 완성했다

 

가끔 큰 날개를 가진 새가

꿈결처럼 스쳐 지나가는 곳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태어나는 노래에 실려 다녔다

 

잊히거나 버려져도 아무 두려움이 없었다

 

지상도 천상도 아닌

뭐라 말할 수 없는 지점에서 우리는

투명한 영원을 짧게 살았다

 

 

<약력>

2002년 첫 시집 출간으로 작품 활동 시작.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등 네 권의 시집과 동시집 <지렁이에게 옷을 입혀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