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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사라진 ‘태교도시’… 일관성 잃은 행정의 민낯

박숙현 (이사주당기념사업회 · 본지 회장)

 

용인신문 |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이사주당이 저술한 『태교신기(胎敎新記)』는 세계 최초의 태교 지침서로 높이 평가받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의 묘소가 자리한 용인시는 이러한 독보적인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생명 존중과 인성 함양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했다. 이사주당 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시민의 염원이 모여, 용인시는 2015년 100만 시민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태교도시’를 당당히 선포했다.

 

당시 용인시의 행보는 선도적이었다. 각종 태교 관련 사업을 전개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켰고, 2017년에는 사주당 이씨의 출생지인 청주시와 태교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위상을 전국으로 넓혀갔다. 시민들은 용인이 품은 훌륭한 전통이 현대적인 정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긍심을 느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단체장이 바뀌면서 성대하게 선포했던 ‘태교도시’의 청사진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반면, 우리와 업무협약을 맺었던 청주시는 현재 시장이 바뀌었지만, 국비 지원 사업으로 ‘태교랜드’ 조성을 추진하며 관련 콘텐츠를 이어가는 중이다. 필자는 청주시 요청으로 지난해 태교랜드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공사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태교도시’를 성대하게 선포했던 용인시는 이제 그 흔적들이 거의 지워져 버린 상태다. 태교도시 TF팀과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 운영했던 용인시의 행정력과 예산 낭비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정책 수정을 넘어선 막대한 행정력 낭비이며, 지역이 내세울 만한 특화 브랜드를 스스로 포기한 안타까운 결과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차별화된 콘텐츠조차 지켜내지 못한 행정의 무능력과 일관성 부재다. 시민과 공감하며 추진해 온 시책이 시장 한 사람의 주관적 생각에 따라 하루아침에 폐기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다. 물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사라진 게 비단 태교도시만은 아니리라.

 

이제 다시 새로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마다 수많은 공약과 비전이 제시되지만, 단체장 임기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흔들리는 행정은 시민의 피로감을 더하고 행정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행정의 연속성은 곧 도시의 품격이다. 따라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장은 물론, 새롭게 출사표를 던지는 시장 후보와 시·도의원 후보들은 정당을 초월해서 꼼꼼하고 지속 가능한 공약을 세워주기를 당부한다.

 

이사주당의 『태교신기』와 ‘태교도시’ 프로젝트는 결코 일회성 정책으로 소비될 사안이 아니다. 생명 존중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용인시만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다. 잃어버린 태교도시의 고귀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무너진 행정의 일관성을 회복하여 시민의 신뢰를 되찾길 바란다. 다가오는 선거가 용인의 진정한 자산을 올곧게 지켜낼 역량 있는 일꾼을 가려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