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의학은 ‘정답의 학문’이 아니다. 수술대 위의 경험과 진료실에서 축적된 사례,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데이터가 결국 교과서를 다시 써내려가게 만든다. 그래서 의학교과서는 진리가 아니라 그 시대까지의 결론에 가깝다. 폐암의 원인만 봐도 그렇다. 한때는 산업화와 대기오염이 주범이라고 배웠지만, 결국 방향을 바꾼 것은 흡연이라는 명확한 데이터였다. 의학은 이렇게 우리가 믿어온 상식을 누적된 치료 사례와 검사 결과가 뒤집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가 정자(sperm)라는 가장 오래된 ‘상식의 영역’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믿어왔다. 참으면 쌓이고, 쌓이면 더 좋아진다고. 더 많은 정자를 확보하기 위해 금욕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거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정자 수가 매우 적은 경우, 예컨대 1mL당 500만 개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라면 일정 기간 금욕을 통해 ‘양’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정상 하한선, 즉 1mL당 1,500만 개 이상을 충족하는 대부분의 남성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참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진다고 정자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부고환에 저장되는 동안 점점 외부 환경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산화스트레스가 누적되고, DNA 손상이 증가하며, 운동성은 서서히 떨어진다. 말하자면, 정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되는 것이 아니라 ‘노화’되는 셈이다. 즉, 기다림이 품질을 높인다는 직관은 생식의 영역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임신을 원한다면 더 이상 ‘모아두는 전략’이 아니라 ‘순환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략 2~3일 간격의 규칙적인 배출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에게는 배란일이 불규칙하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부부생활을 하는 것이 임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특정 날짜를 맞추는 ‘집중형 전략’보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리듬형 전략’이 실제 임신 확률을 더 안정적으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요즘 부부들이 바로 이 단순하고도 쉬운 사랑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출근과 퇴근, 사람 간의 스트레스, 쌓여가는 피로 속에서 부부의 생체 리듬은 점점 어긋난다. 사랑이 숙제가 되는 순간, 임신이 멀어질 수 있다. 더욱이 배란일을 계산해서 딱 그 기간에만 부부관계를 집중하는 식의 전략은 요즘 젊은이들 말로 ‘비추’다. 관계가 ‘일정’이 되는 순간, 생식은 자연스러움을 잃고 효율도 함께 떨어진다.
너무 거창할 필요도 없다. 주 2~3회의 규칙적인 관계, 과로를 줄이고 수면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생활, 그리고 몸의 리듬을 존중하는 태도. 이 단순한 실천이 임신을 앞당길 수 있다. 결국 임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이며, 그 리듬이 가장 잘 유지되는 시기가 바로 신혼 초라는 점에서 자연임신율이 높은 이유도 설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