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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회 문턱 못넘은 ‘개헌’… 지선 이후 재추진해야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서방 세계의 탐욕에 제동이 걸린 시대사적 사건이었다. 이란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질서를 규정해온 미국의 몰락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된 대사건이다. 현재 진행형인 이 두 개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시기에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허 상태에 있다. 북한은 두 개의 국가를 헌법에 규정하고 국무위원장을 국가 수반으로 명시하는 한편, 영토 조항을 조선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로 한정했다.

 

현행 제6공화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월 7일 국회는 헌법 전문 수정과 계엄 요건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부분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되었다. 따라서 정부와 민주당은 헌법 부분 개정이 아닌 전면 개정을 전제로 지방선거가 끝나는 즉시 제7공화국 헌법 제정에 착수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두 개의 국가를 골자로 하는 헌법을 제정하고 통일 조항도 삭제했다.

 

이제 좋든 싫든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전면 개헌은 민감한 사안으로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개헌은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단계를 지났다. 이제 개헌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전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하여,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제7공화국 시대를 맞이해야 할 때다.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새로운 전장을 찾고 있다. 전쟁의 불씨가 동아시아로 옮겨붙으면 즉각 제3차 세계대전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북·중·러와 미국이 맞서고 있는 대치선이다. 이제 우리는 노선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고 평화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우산 아래 안주하면서 대결로 나아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의지해온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사냥을 할 수 없는 맹수가 인간을 사냥감으로 삼듯이 미국은 우방국을 희생시켜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양극 체제가 해체되고 일극 지배 체제를 구축한 미국은 넘치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하여, 크고 작은 분쟁을 조장하고 전쟁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의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제동이 걸리고, 이란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하면서 미국의 일극 패권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제 미국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일국 지배 체제는 붕괴하였고 새로운 다극화 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21세기의 1/4이 지난 현재, 국제 질서는 미국과 NATO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브릭스(BRICS)가 주도하는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다극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두 개의 전쟁에서 보여준 힘의 균형은 G7에서 브릭스로 기울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 가세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새로운 다극화 시대,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태풍의 눈과도 같다. 지금 일각에서는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이고, 10대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며 흥분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현재 위상이 10대 선진국 반열이고 군사력 세계 5위의 군사 강국인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온전하게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전시 작전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고 대통령은 평시에만 국군을 통수한다. 웃기는 것은, 미국이 전시 작전권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효과적이라고 믿는 세력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사에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을 지명했고 상원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미셸 박 스틸은 공화당 하원의원을 두 번 지낸 정치인으로 혐중·혐북 의식으로 무장한 극우파로 분류된다. 그가 한국 대사로 부임하면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일개 미국 대사가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다극화 시대에 조응하는 중립적인 외교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헌법을 전면 개정하여 다극화 시대의 국가 전략을 명시하고 헌법 정신에 따라 대한민국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