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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2 -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한 '서주태 원장의 건강칼럼'

오래 앉아 있는 남성에게 찾아오는 생식력 저하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AI 이미지

 

용인신문 | 요즘 남성들은 몸을 너무 안 쓴다. 출근하면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퇴근하면 차를 타고 돌아와 소파에 눕는다. 하루 종일 움직이는 건 손가락뿐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생활이 정자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모른다.

 

많은 남성들은 생식력을 단순히 ‘정자 숫자’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정자의 운동성, 혈류, 남성호르몬, 체온, 수면, 스트레스, 염증 상태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운동 부족은 그 전체를 조금씩 흔든다.

 

대표적인 것이 혈관이다. 발기는 결국 피가 들어오는 현상이다. 혈관이 건강해야 한다. 그런데 운동하지 않는 몸은 가장 먼저 혈관부터 늙는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혈압과 혈당이 흔들리고, 만성 염증 상태가 생긴다. 비뇨의학과에서 발기부전을 단순한 성 기능 문제가 아니라 혈관 질환의 신호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발기부전 환자를 검사하다 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자도 마찬가지다. 고환은 굉장히 예민한 기관이다.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정자 생산이 흔들린다. 그래서 고환은 몸 바깥에 달려 있다. 그런데 살이 찌고 오래 앉아 있으면 사타구니 주변 온도가 올라간다. 특히 장시간 운전하거나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남성들 가운데 정자 운동성이 떨어진 경우를 꽤 본다.

 

비만도 문제다. 내장지방은 단순히 살이 아니다. 지방은 염증 물질을 만들어내고 호르몬에도 영향을 준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 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쉽게 피곤하고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단순히 기분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은 여기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꼭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꾸준히 걷고, 숨이 조금 찰 정도로 움직이고, 근육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혈류가 좋아지고, 수면이 안정되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남성호르몬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고환도 몸 전체 상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해야 정자도 건강해진다.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운동하지 않는 남성들은 스트레스를 몸으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 긴장 상태로 살고, 잠은 부족하고, 머리만 과열되어 있다. 그러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아지고 호르몬 균형 자체가 흔들린다. 실제로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심한 남성들 가운데 정자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를 흔히 본다.

 

물론 운동도 지나치면 문제다. 지나친 과훈련이나 극단적인 운동은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을 떨어뜨리고 몸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움직이는 생활이다.

 

결국 남성의 생식력은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습관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밤늦게까지 앉아 있고, 운동은 하지 않고, 배달음식과 수면 부족 속에서 지내는 몸은 점점 생식보다 생존 쪽으로 에너지를 돌리게 된다.

 

정자는 생각보다 솔직하다. 몸 상태가 나쁘면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정액검사 결과를 보다 보면 단순히 생식력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 남자의 생활이 보이고, 혈관 상태가 보이고, 피로와 스트레스까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정자는 남자의 건강 상태를 가장 예민하게 보여주는 세포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