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유병록
한집에 살고 한 침대에서 잔다고
같은 꿈을 꾸는 거 아니더라
손잡고 걸어간다고
같은 곳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더라
조금 닮았고
많이 달라서
나란히 앉아서 일하고 점심 먹는다고
저녁 풍경이 비슷하지는 않더라
거리에서 함께 손 높이 든다고
언제까지고 나란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더라
갑자기 낯설어진 옆 사람을 발견하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상대를 탓하고
자신을 반성하지만
오해는 반복되고
그리하여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유병록,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창비 , 2026년
약력: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산문집 『안간힘』 『그립소』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