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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사랑이 사라질 때, 인류는 사라진다

주영헌 시인 신작 시집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용인신문 | 주영헌 시인이 신작 시집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달아실시선 110)를 펴냈다. 시인은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으로 등단했으며, 40여 회 이상 동네 서점과 도서관 등에서 활발히 시 낭독회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이번 시집은 현대 문명이 직면한 비인간성과 소외, 그리고 존재론적 고독을 ‘멸종’이라는 파격적인 키워드로 풀어낸 60여 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특유의 예리한 감각으로 사회적 디스토피아를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마지막 사랑의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류는/ 완벽한 멸종을 예약하고야 만 것입니다.//벼락 맞을 각오로,// 당신이/ 사랑을 싹틔우지 않는다면”(시 ‘멸종’전문)

 

주영헌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멸종’을 생물학적 종말이 아닌 ‘사랑의 부재’로 규정한다. 가령, ‘멸종’에서 “마지막 사랑의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의 죽음”을 인류 멸종의 신호탄으로 본 것은 현대 사회의 심각한 소외 현상을 상징한다. 특히 ‘허가된 절명, 동부동 홀로코스트’에서는 개발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자연 파괴를 목격하며, 죄책감마저 사치로 치부하는 현대인의 윤리적 마비 상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김윤삼 시인은 해설에서 “사랑이 사라질 때, 인류는 멸종한 것이다”라고 정의하며, "주영헌의 이번 시집이 “멸종의 징후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의 복원을 꿈꾸는 역설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집은 고통의 육즙을 짜내 쓴 상한 문장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무(無)에서 솟아나 생명에서의 구원'으로 향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멸종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결국 곁에 있는 사람의 눈물 차 한 잔을 진심으로 나누려는 마음이라고 시인은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예약된 멸종의 줄에서 잠시 벗어나 시인의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잃어버렸던 사랑의 문법을 다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주영헌 시인은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도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