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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이슈 디섹션(Issue Dissection)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운동’… 도대체 왜 저러나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국민은 그를 당선시킴으로써 부모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전혀 달리, 대통령으로서 긍정적인 면에서 이렇다 하게 도드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는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기며 탄핵되었고, 감옥에 가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사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가 다시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며 뉴스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회를 통해 보수 집결의 신호탄을 쐈다느니, 돌아온 선거의 여왕이 어쨌다느니 하는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역사에는 엄연히 ‘금도(襟度)’라는 게 존재한다. 사리 분별 못 하고 나댄 끝이 늘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옛글에 이르기를,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않는다고 했다. ‘패군지장 불가이언용(敗軍之將 不可以言勇)’도 그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전쟁에 패한 장수는 용맹을 자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초한지에서 조나라 장수 이좌거가 패하여 한신에게 사로잡혔을 때의 일이다. 한신이 연나라와 제나라를 칠 계획을 세우고 이길 계책을 묻자, 이좌거는 이렇게 답했다. "전쟁에 패한 장수는 이길 계책을 말할 수 없고, 망한 나라의 재상은 국가를 세울 계책을 논할 수 없는 법입니다." 책임감과 겸손에 대한 준엄한 경책이다.

 

그런데 패군지장이 어떤 기회를 볼모 삼아 ‘이때다’ 하는 자세로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면, 이는 부끄러움을 넘어 제 분수도 모르고 나대는 꼴이다. 이는 마치 두 고수가 바둑을 둘 때, 서로 머릿속으로 수싸움을 하느라 정작 바둑판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과 같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어린 시동이 “흰 돌을 이렇게, 검은 돌을 저렇게 놓으면 될 텐데”라며 훈수를 두는 격이다. 정작 두 고수는 이미 그 이상의 수를 아득히 내다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뜻을 거두고 숨고 감추며 더 깊숙이 들어가 자신을 성찰하며 사는 것이 그만의 길이요, 자신을 지지하고 대통령 자리에 앉혀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이것이 한때나마 대통령을 지낸 분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그러하거늘 재임 시절 무슨 짓을 초래했는지 잊지 않았을 텐데, 좌우로 특정 후보를 대동하고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 양손을 뻗어가며 지지자들과 손 인사를 나누는 선거판 등판의 속내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뉴스를 통해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도대체 왜 저렇게 나섰을까’라는 탄식과 ‘아직도 반성이 멀었다’는 말이다.  잘났든 못났든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인데, 감옥에 다녀와 죗값을 다 치렀다고는 하나 저렇게 나서는 모습은 안쓰럽다기보다 ‘참 추하다’는 쪽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

 

그저 찾아온 후보에게 덕담 정도는 해줄 수 있다. 밥을 굶어가며 단식하는 혹자를 찾아가 단식을 중단하라고 만류할 수도 있다. 암, 국민이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도량이 좁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딱 그 정도에서 그쳤어야 했다. 그 정도 나이가 되었으면 조용히 살아도 그것이 흠결이나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오른 분이라면, 사람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까지 경험한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누군가로부터 타이름이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님을 뜻한다. 온전히 스스로 자신을 검속하고 절제해야만 하는 자리인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민은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을 보면서, 무지한 자가 권력 욕심으로 저지른 일이 스스로를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두 눈 똑똑히 지켜보았다. 또한 제 손으로 나라를 어떻게 혼란에 빠뜨렸는지 그 참담한 결과도 목도했으며, 죄의 무게가 자리에 따라 얼마나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지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