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매달 반복되는 생리통. 많은 여성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떤 통증은 단순한 생리통이 아니다. 몸속에서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으로 퍼져 나가 난소와 복막, 장, 방광까지 침범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평균 진단까지 수년이 걸릴 만큼 발견은 쉽지 않다. 특히 난임과 밀접한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자궁내막증은 이제 단순한 부인과 질환을 넘어 생식건강의 중요한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또 여성의 임신 가능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 인터뷰에서는 39년간 난임과 생식의학 분야를 진료해 온 사랑아이여성의원(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조정현 원장을 만나 자궁내막증의 진실과 오해, 최신 치료 전략, 그리고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들어보았다.
▼ 자궁내막증의 원인이 뭔가.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벽에 있어야 할 조직이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는 ‘이소성(異所性) 자궁내막’이라고 부른다. 주로 골반강 내 장기나 복막, 난소 등에 붙어 자라면서 작은 혹이나 병변을 만든다. 자궁 근육층 안으로 자궁내막 조직이 파고든 자궁선근증도 자궁내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실제로 자궁내막증 환자의 상당수에서 선근증이 동반되고, 선근증 환자에서도 자궁내막증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자궁내막은 배란 때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안 되면 생리혈로 배출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정상이다. 하지만 일부 자궁내막 조직은 생리혈과 함께 배출되지 못하고 역류해 다른 곳에 자리 잡는다. 그 조직은 생리주기마다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아 계속 자라게 된다. 문제는 자궁 안에 있는 내막과 달리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염증과 유착, 통증을 반복적으로 일으키게 된다.”
▼ 주로 자궁내막증은 어디로 가는가.
“가장 흔한 곳이 난소다. 난소는 난자가 저장되고 성장하는 중요한 기관인데 여기에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면 난소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자궁내막종이라고 한다. 낭종이 커지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고, 난포 발달을 방해하거나 착상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난소에 자궁내막증(자궁내막종)이 있으면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나.
“자궁내막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낭종 크기가 6cm 이상이면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소 조직까지 함께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낭종을 제거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난소 예비력까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시난포가 손상되면 여성의 가임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제거수술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난소를 살리면서 자궁내막종을 치료할 방법이 있나.
“알코올경화술이다. 지금까지 약 2천례 정도 시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궁내막종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난자채취용 바늘을 이용해 낭종 안의 초콜릿색 액체를 제거한 뒤 생리식염수로 세척하고 알코올을 주입해 병변 세포를 경화시키는 방식이다. 알코올의 조직 탈수 및 경화 작용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 낭종 속 액체만 제거될 뿐 병변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 재발 위험이 수술보다 높다고 들었다.
“알코올경화술을 시행한 뒤에는 다음 달 또는 그 다음 달에 바로 IVF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2천례 이상의 경험상 시술 후 3개월 이내 임신 성공률이 수술 전보다 40~50% 정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궁내막증은 임신을 통해 상당 부분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자궁내막증은 임신이 치료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자궁내막 조직은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다. 그런데 임신이 되면 배란과 월경이 멈춘다. 출산 후 모유수유까지 이어지면 무배란·무월경 상태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자궁내막증 병변은 활동성이 감소하고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궁내막증으로 난임을 겪었던 환자들이 첫 아이를 출산한 뒤 둘째는 자연임신에 성공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 알코올경화술은 난임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나.
“이론적으로는 난임의사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시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알코올경화술은 단순히 바늘을 넣고 알코올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로 난소와 주변 구조물을 정확히 확인하면서 낭종액을 배액하고, 알코올을 적절히 유지한 뒤 신속하고 깨끗하게 회수해야 하는 시술이다. 특히 자궁내막종 환자는 유착이 많은 경우가 적지 않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결국 교과서만으로 할 수 있는 시술이 아니다. 직접 해본 의사만이 할 수 있고, 많이 해본 의사라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IVF(시험관아기 시술) 39년차 원로 의사로서 난임환자들에게 해 줄 말이 있나.
“한국의 난임의사들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 정부의 난임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환자와 시술 경험이 축적됐다. 의료는 결국 경험의 과학이다. 같은 장비와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환자를 진료했고 얼마나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오랜 기간 난임 진료를 해온 시니어 의사들은 방대한 임상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생식기 질환이 동반되어 있거나 반복 착상 실패, 반복 유산, 또는 5차 이상 IVF 시술에도 임신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면 보다 세밀한 판단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난임의사를 찾아 상담받기를 권한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