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장어, 굴, 전복, 낙지, 흑염소.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이런 음식을 스태미너 식품이라 불러왔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장어를 먹으면 힘이 난다”, “굴은 바다의 비아그라”라는 이야기가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믿음이 완전히 틀린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정력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정력은 단순히 성욕만 의미하지 않는다. 성욕, 발기 기능, 사정 능력, 성관계 지속 능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과정에는 남성호르몬, 혈관, 신경계, 심리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스태미너 식품이 정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표적으로 굴에는 아연이 풍부하다. 아연은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 유지와 발기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이다. 심한 아연 결핍이 있으면 성욕 감소와 남성호르몬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장어에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A와 E가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 E는 혈관 내피세포를 보호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발기는 결국 음경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충분히 유입되는 현상이므로 혈관 건강은 곧 발기 기능과 직결된다.
견과류에 풍부한 아르기닌도 주목받는다. 아르기닌은 체내에서 산화질소(NO) 생성의 원료가 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다. 실제로 발기부전 치료제인 PDE5 억제제도 최종적으로는 음경 내 산화질소 신호를 증폭시켜 혈류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즉 일부 스태미너 식품은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심리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은 몸만으로 성생활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몸에 좋은 것을 먹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 자체가 성욕과 성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의학 연구에서도 플라시보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친다. 스태미너 식품이 정력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정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력과 정자는 다른 개념이다. 발기력이 좋아도 정자 수가 적을 수 있고, 정액검사가 정상이어도 발기부전이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특정 음식 하나가 정자 수를 극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 흡연, 비만, 수면 부족, 과음의 위험성은 매우 명확하다. 담배는 정자 DNA 손상을 증가시키고, 비만은 고환 온도를 상승시키며, 수면 부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감소시킨다. 과도한 음주는 고환 기능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
많은 남성들이 장어를 먹을지 고민하면서 정작 하루 다섯 시간 수면, 잦은 회식, 흡연 습관은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고환의 입장에서 보면 장어 한 마리보다 금연이 훨씬 중요하고, 굴 한 접시보다 충분한 수면이 더 강력한 치료제다.
임신을 준비하거나 남성 건강을 관리하고 싶다면 오늘 저녁 장어집을 찾는 것보다 지난 3개월 동안의 수면시간, 체중, 운동량, 흡연 여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진짜 스태미너는 음식 한 접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한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