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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기후위기를 기회로… 아열대 과일 ‘열정 결실’

권미나 용인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

수도권에서도 아열대 작물을 생산할수 있다고 강조하는 권미나 과장

 

권 과장이 세포 생장점을 채취해 대량 증식해서 지난해 바나나를 수확했던 본묘목을 잘라내고(왼손) 올해 열매를 수확할 곁가지(애가)를 가리키며(오른손) 바나나 본체의 테스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바나나가 열린 모습

 

권 과장이 올해 수확을 앞둔 튼실하게 커가는 애플망고를 보여주고 있다

 

온실 준비 후 2024년부터 본격 식재·연구
아열대 식물 최적 토양 변화 시간과 노력
지난해 첫 바나나 수확… 식감과 향 호평

 

용인신문 |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아열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용인시는 아열대 과일인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애플망고, 바나나 등 수확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개척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스마트 테스트베드’를 이끄는 권미나 용인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을 만나 첫 수확 이후의 변화와 향후 농가 보급 및 유통 판로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 수도권 최초 아열대 온실… 최적의 배치로 시작되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가 아열대 작물 연구를 위한 온실을 준비한 것은 지난 2023년이며 본격적인 식재와 연구는 이듬해인 2024년 3월부터 시작됐다. 논 토양이기에 아열대 식물을 위한 최적의 토양으로 변화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센터 내 온실은 총 세 칸으로 나뉜다. 좌측 1온실에는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 29주가 자라고 우측 3온실에는 화분 재배 방식을 도입한 애플망고 75주가 붉은빛을 머금은 초록빛을 뽐낸다. 바나나는 중앙 2온실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만끽하며 28주가 자리 잡고 있다.

 

권미나 과장은 “바나나는 아열대 작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온도를 요구한다. 아파트도 가운데 집이 가장 따뜻하듯 온실 구조상 가장 따뜻한 가운데 실에 바나나를 배치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 품평회서 수입산 압도

센터는 2024년 첫 식재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해 2월 첫 바나나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우량한 품질을 위해 한 나무에 단 하나의 열매(줄기)만 남겨 집중 관리한 결과 총 500kg의 바나나를 수확해 냈다.

 

당시 수확물로 진행한 품평회 결과는 놀라웠다. 권 과장은 “브릭스(당도)는 수입산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식감과 향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외국산 바나나는 파란 상태에서 수확해 선박으로 오는 동안 에틸렌 가스로 강제 후숙이 이뤄진다. 우리는 나무에서 완숙된 상태로 수확하니 과일에 영양분이 충분히 축적되고 쫄깃쫄깃한 식감에 바나나 특유의 향이 진하며 신선도 면에서도 비교 불가다.”

 

■ 최대 걸림돌 ‘난방비’… ‘작기 조절’ 과학영농으로 극복

아열대 작물 재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한겨울 한파로 인한 ‘난방비 부하’다. 실제로 센터에서 겨울철(12월~2월)을 나며 한 달 동안 100평당 무려 800만 원에 달하는 연료비가 지출되기도 했다.

 

비용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센터가 내놓은 해법은 ‘스마트팜 복합환경 제어 시스템’을 통한 작기 조절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온도, 습도, 바람을 정밀 제어하는 동시에 바나나가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수확을 끝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권 과장은 “바나나는 1년생 초분류 식물이라 어릴 때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생육이 왕성한 여름에 확 키우고 난방비가 본격적으로 드는 12월~1월 사이에 수확을 완료하도록 주기를 조정하고 있다. 이 기술 데이터를 축적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임산부 꾸러미·학교 급식… 프리미엄 판로 개척

센터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작년 12월 한 청년 농업인이 최초로 600평 규모에 약 300그루의 바나나 온실을 짓고 본격적인 경작을 시작했다. 대량 납품보다는 친환경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소비자 조사 결과 일반 수입 바나나(1kg당 약 3000원)에 비해 국산 바나나는 9000원~1만 원 선으로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가격 괴리는 존재하나 아이와 어르신이 있는 가정, 건강을 생각하는 가정은 친환경 국산 바나나를 비싸도 살 의향이 충분하다는 데이터가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농가에는 무농약·유기농 인증을 돕고 시에서 추진하는 ‘임산부 꾸러미 사업’, ‘친환경 학교 급식’, ‘로컬푸드 매장 및 온라인 직거래’ 등으로 안정적 판로를 연계할 계획이다.

 

■ 조직 배양부터 데이터 축적까지… “용인이 아열대 메카 될 것”

센터의 바나나는 자체 조직배양실에서 세포 생장점을 채취해 대량 증식에 성공한 ‘과학의 산물’이다. 현재는 조직 배양 묘목과 곁가지(애가)를 이용한 재배 방식을 비교 연구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잎의 길이, 무게, 기후 데이터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권 과장은 “농가에서 정밀 데이터를 쌓기는 어렵다. 이곳 테스트베드에서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어 농가에 지도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 과장은 자원육성과의 ‘농산물 가공센터’를 언급하며 “용인은 소농이 많아 대표 특산물이 부족했지만 앞으로 아열대 작물 연구를 파인애플 등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남는 농산물을 잼이나 차 등으로 가공해 농가 소득을 10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후 위기를 농업 선진화의 기회로 바꾸고 있는 용인시농업기술센터다. 동네 마트에서 싱싱한 ‘용인산 바나나와 애플망고’를 일상적으로 만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