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한때는 과장된 상상처럼 보였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육부 산하 특별조직이 출동해 사건을 조사하고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을 정리하며 무너진 학교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설정.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 가상의 조직을 현실에 만들자는 주장이 정치권과 교육계 일부에서 실제 정책 논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조직 신설 논쟁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대한민국 학교는 이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은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교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사안을 점검하며 관계기관 이첩까지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두자는 내용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도 교육청 차원의 교권보호 전담기구 도입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것보다 민원과 분쟁에 대응하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 문제를 넘어 법률 문제로 확대되고, 학부모와 학교의 갈등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는 더 이상 일부 교사의 개인적 고충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른바 '교권보호 5법'을 개정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권보호국 논의가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교사는 여전히 외롭고 학교는 여전히 분쟁 앞에서 무력하다는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교육청을 바라보고, 교육청은 법률 검토를 기다리며, 경찰과 지자체, 아동보호기관이 뒤늦게 개입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갈등은 커지고 상처는 깊어진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별도 조직 신설에 부정적이다. 이미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된 만큼 새로운 간판을 다는 것보다 현장 집행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교권만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이 생길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키우고 학교 구성원 간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원단체들 역시 조직 확대보다는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교폭력은 교육부, 촉법소년 문제는 법무부,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 민원은 교육청이 각각 담당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체감하는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권 침해가 늘어난 이유를 법과 조직의 부재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하며, 교사는 학부모를 잠재적 민원인으로 바라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학교 공동체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아무리 조직을 늘려도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교권보호국 논쟁의 본질은 조직 신설 여부가 아니다. 교육 현장이 더 이상 교육만으로 운영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집단적 불안이다. 학교폭력은 형사 사건이 되고, 생활지도는 민원 대상이 되며, 교사의 한마디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현실의 정책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강력한 해결사를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학교가 특별감독관이 상주해야만 유지되는 공간이 된다면 그것 역시 교육의 실패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조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교권보호국이 현실 정치의 의제가 됐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학교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기 속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점이다. 신설 논쟁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학교가 여기까지 오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교권보호국이 생겨도 문제는 남고, 생기지 않아도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