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107일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총성이 멈춘 뒤 더 큰 논쟁을 낳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는 승패 논란이 거세다. 미국은 "핵 위협 제거와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정작 가장 큰 수혜자는 이란"이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논란의 이유는 분명하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재개, 해외 동결자산 해제, 대규모 경제 재건 계획 추진 가능성을 확보했다. 반면 미국이 얻은 것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 약속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이다.
문제는 두 약속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경제적 혜택은 즉시 실행 가능한 반면 핵 포기 여부는 장기간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이 "미국은 미래의 약속을 받았고 이란은 현재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란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합의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이 대폭 완화될 경우 연간 수십조 원 규모의 추가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 업계에서는 제재 이전 수준으로 생산이 회복될 경우 이란 경제가 수년 만에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 조항도 논란거리다. 미국은 세계 원유 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강조했지만, 공개된 합의문에는 무상 통항 보장이 60일로 제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행료 부과 여부와 운영 방식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이 주장한 '완전한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 문제 역시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비핵화의 길을 열었다고 강조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 아니라 개발 중단 의사를 확인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핵합의와 비교해도 실제 검증 장치와 이행 강도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논쟁은 이어진다. 합의문에는 상호 내정 불간섭 원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미국이 이란의 인권 문제나 반정부 시위 탄압 문제를 이유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스스로 외교적 영향력의 일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이번 협정의 핵심 쟁점은 단순하다. 미국은 전쟁 종식을 통해 중동 리스크를 줄이고 국제 유가 안정을 노렸지만, 그 대가로 이란에 상당한 경제적 공간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이란은 군사적으로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인 뒤에도 정권을 유지했고 경제 회복의 발판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승자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쟁은 끝났지만 진짜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이란이 실제로 핵 개발을 중단할지, 미국이 약속한 경제적 혜택이 어느 수준까지 실행될지에 따라 이번 협정은 '중동 평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유예된 위기'로 기록될 수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국제사회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하나다. 이번 협상에서 과연 누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갔느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