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국내 산업계는 그가 호평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역할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볼 때다. 우리는 과거 하드웨어 제조 강국이었음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도권을 번번이 후발주자로 내주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AI 시대에 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공급망을 쥐는 것과 생태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의 강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패권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했듯, 반도체 제조 역량이 AI 시대의 승리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젠슨 황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로 향해 있다. AI가 화면을 벗어나 자동차, 공장, 물류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결합하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AI 플랫폼과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 AI 시대의 삽과 곡괭이는 만들고 있지만, 정작 금광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그 해답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할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바로 이곳, ‘용인’이다. 진정한 승부는 거대한 반도체 공장 건설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용인에 지어지고 있는 수백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기회다. 하지만 이 거대한 생산 라인들이 단순히 부품만 찍어내는 하청 기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부터 이를 구동할 AI 소프트웨어 기업, 그리고 최종적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등 물리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혁신 기업들이 용인이라는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용인은 전 세계의 젊고 천재적인 AI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와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과 문화, 정서적 풍요를 채워줄 인프라를 탄탄히 다지는 일도 시급하다. 글로벌 인재들이 용인에서 창업하고 연구하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프트웨어 혁신의 거대한 ‘테스트베드’를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용인이 단순한 ‘반도체 생산기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미래 산업 수도’로 거듭날 것인가. “엔비디아를 움직이는 반도체는 한국이 만들지만, 다음 엔비디아는 누가 만들 것인가”라는 젠슨 황의 묵직한 화두에 용인이 응답해야 할 때다.
반도체 다음이 없다면 한국의 다음도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는 막중한 과제가 지금 우리 용인 앞에 놓여 있다. 공장의 기초를 다지는 콘크리트 위에, 이제는 미래를 움직일 지능형 생태계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용인의 선택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