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자궁경부터 해주세요"… 난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검사
난임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자궁경검사다. 인터넷 난임카페에서는 "자궁경을 하고 바로 임신했다", "착상 실패 원인을 찾았다", "시험관아기 전에 꼭 해야 한다"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의사의 말보다 인터넷 카페에서의 수다를 더 믿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궁경검사를 먼저 받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자궁경검사는 모든 난임 여성에게 시행하는 기본검사가 아니다.
먼저 질식초음파와 자궁경검사는 완전히 다른 검사다.
질식초음파는 초음파 탐촉자를 질 안에 넣고 자궁 외부에서 초음파를 투과시켜 자궁 내부를 영상화하는 검사다. 반면 자궁경검사는 3~5㎜ 정도의 가느다란 내시경 카메라를 자궁 안으로 직접 삽입해 자궁강 내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쉽게 말하면 초음파는 창문 밖에서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자궁경은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는 것과 비슷하다.
자궁경검사에서는 생리식염수 등을 자궁 안에 주입해 자궁강을 넓게 펼쳐 놓은 상태에서 관찰한다. 평소 서로 맞닿아 있는 자궁내막이 벌어지면서 작은 폴립이나 유착, 점막하근종 같은 병변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질식초음파는 자궁내막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에서 관찰하기 때문에 작은 폴립이나 자궁벽에 딱 붙어 있는 병변은 자궁내막 구조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초음파가 부족한 검사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도 그러하지만 난임 진료를 오래 한 의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초음파를 본다. 수년간 수만 건의 경험이 쌓이면 화면을 보는 순간 "폴립이 있을 것 같다"거나 "뭔가 이상해 보인다"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확진은 아니지만 경험 많은 의사의 합리적인 의심은 상당한 적중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궁경을 시행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초음파에서 폴립이나 자궁강 이상이 의심된 경우다. 그래서 자궁경을 하고 임신했다는 사례가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래 자궁 안에 문제가 있었던 환자군에서 폴립이나 유착이 제거되면서 착상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자궁경 자체가 모든 여성의 임신율을 높였다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병변을 제거한 효과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초음파에서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자궁경을 해보니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초음파상 정상으로 보였던 환자에게서 자궁경검사 후 작은 폴립이나 미세한 유착, 국소적인 자궁내막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특히 여러 차례 좋은 배아를 이식했음에도 착상에 실패했던 환자들 가운데서는 예상치 못한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 바로 자궁경검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초음파는 훌륭한 선별검사지만 완벽한 검사는 아니며, 자궁경은 초음파가 놓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난임 여성에게 자궁경을 해야 할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2016년 세계적 의학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 연구에서는 초음파상 자궁강이 정상인 여성들에게 시험관아기 시술 전에 자궁경을 시행해도 임신율과 출산율이 유의하게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유럽생식의학회(ESHRE)를 비롯한 주요 가이드라인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초음파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고 반복 착상 실패나 반복 유산 같은 병력이 없다면 모든 난임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자궁경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궁경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복 착상 실패가 있는 경우, 반복 유산을 경험한 경우, 초음파에서 폴립이나 점막하근종이 의심되는 경우, 과거 자궁수술 병력이 있는 경우, 자궁유착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자궁경은 단순한 검사가 아니라 임신을 가로막는 원인을 찾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궁경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궁 안을 관찰하다가 폴립이 발견되면 즉시 제거할 수 있고, 유착이 발견되면 박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궁경은 단순한 검사라기보다 작은 시술에 가깝다.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는 수면마취 상태에서 시행하며,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처럼 자궁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내시경 검사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난임 치료를 하다 보면 누구나 불안해진다. 혹시 놓친 검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나라도 더 해야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난임 치료는 유행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다. 의학은 불안이 아니라 근거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자궁경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환자에게는 임신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결정적인 검사가 될 수 있다. 무조건 권할 검사도 아니고 무조건 피할 검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검사의 개수가 아니다. 지금 내게 왜 그 검사가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궁경검사 역시 그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 난임전문의 백은찬(65) 분당제일병원 원장은 IVF(시험관아기 시술) 3만 회 이상을 시행한 국내 대표 난임 전문의로 꼽힌다. 저자극요법과 습관성 유산 치료 분야에 특화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 난임과 반복 착상 실패 환자 치료에 주력해 왔으며, 환자 맞춤형 난임 치료 전략을 통해 임신 성공률 향상에 힘써 왔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