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정부가 호남·충청권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용인 클러스터는 그대로 추진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호남과 충남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확정되면 기업과 관계 부처가 함께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용인 클러스터가 이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용인은 용인대로 가고, 미래 수요에 대비해 새로운 클러스터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0년가량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현재 용인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두 사업을 합치면 투자 규모만 수백조 원에 달한다. 정부와 업계 모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사실상 용인에 달려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D램,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능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고,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투자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용인 클러스터 조기 완공과 함께 새로운 지방 거점 조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용인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시각은 다소 신중하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제조공장과 차원이 다르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첨단 장비, 수만 명의 전문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 용인 국가산단은 현재도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구축이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2030년 용인 1기 팹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은 계획한다고 바로 지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산라인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수십조 원이 투입된다. AI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사이클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증설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들은 메모리 시장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2027년 이후에는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공급 과잉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산업 전략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분산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열리는 국토공간 대전환 민관합동회의에서는 삼성과 SK의 지방 투자 구상 윤곽이 일부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용인지역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차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용인의 인구와 일자리, 주거, 교통, 도시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지방에 새로운 반도체 단지가 조성되는 것과 용인 클러스터의 중요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 설명대로라면 용인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계속 맡고, 여기에 추가 거점이 더해지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용인 중심 단일축'에서 '용인-충청-호남을 잇는 다핵 구조'로 확장되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다만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력망 구축, 용수 공급,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인력 양성 대책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방 클러스터 구상 역시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관심은 한 가지로 모아진다. 새 반도체 단지가 어디에 들어서느냐보다 용인이 계획대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강조하는 "용인은 그대로"라는 약속이 실제 정책과 투자로 이어질지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