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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단테가 남긴 질문....넷플릭스 '단테의 손', 오늘의 인간을 심판하다

욕망은 시대를 바꿔도 변하지 않았다
지옥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 있다
700년을 건너온 한 권의 질문

용인신문 | 넷플릭스가 선보인 영화 '단테의 손(In the Hand of Dante)'은 쉽게 소비되는 오락영화가 아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불멸의 고전 '신곡'을 바탕으로 하지만, 중세 문학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작품도 아니다. 단테의 친필 원고를 둘러싼 범죄 스릴러의 외형을 빌려 현대인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영화에 가깝다. 작품은 7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지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꺼내 놓는다.

 

영화는 바티칸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단테의 친필 '신곡' 원고가 암시장을 거쳐 뉴욕 범죄조직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조직은 원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단테 연구 권위자인 현대의 작가를 찾아가고, 그는 원고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점차 원고 자체보다 그것이 지닌 의미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이와 동시에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단테가 망명과 고난 속에서 '신곡'을 집필하는 과정을 교차 편집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지만 결국 두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동일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신곡'을 종교적 서사나 역사적 유산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지옥은 죽어서 가는 장소가 아니라 탐욕과 집착, 권력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인간의 현재를 상징한다. 연옥은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는 과정이며, 천국은 소유를 내려놓고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결국 단테가 700년 전에 묘사했던 지옥은 현대 뉴욕의 범죄조직 안에도, 예술을 돈으로만 평가하는 시장에도, 끊임없이 성공과 소유를 좇는 현대인의 삶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줄리언 슈나벨 감독은 두 시대를 오가는 독특한 연출을 통해 이 같은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오스카 아이작은 중세의 단테와 현대의 작가를 동시에 연기하며 예술을 창조하는 인간과 예술을 소유하려는 인간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표현한다. 여기에 알 파치노와 제이슨 모모아, 갈 가도트, 제라드 버틀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무게감을 더하면서 영화는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시도한다.


영상미 또한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과거를 흑백으로, 현재를 컬러로 표현하는 방식과 달리 영화는 오히려 중세의 단테를 더욱 생생한 색감으로 담아내고 현대는 차갑고 메마른 분위기로 그려낸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영혼은 오히려 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감독의 시선이 화면 곳곳에 스며 있다. 화려한 액션이나 빠른 전개 대신 상징과 은유를 통해 관객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도록 만드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결말 역시 단순한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단테의 친필 원고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는 상징으로 남는다. 원고를 차지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하려는 집착을 내려놓는 사람이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영화는 결국 중요한 것은 원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단테가 '신곡'을 통해 남긴 것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현대의 주인공 역시 그 질문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단테의 손'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다. 친절한 설명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나는 지금 어떤 지옥을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는다면 이 영화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넷플릭스에는 매주 수많은 신작이 공개되지만 대부분은 소비되고 잊힌다. 그러나 '단테의 손'은 단순히 보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700년 전 단테가 남긴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 현대인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지옥과 천국은 먼 사후세계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일깨우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쓴 철학이며, 문학과 예술, 인간의 본성을 함께 사유하게 만드는 올해 가장 도전적인 넷플릭스 영화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영화 줄거리>
영화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친필 '신곡' 원고가 수백 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바티칸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원고는 암시장을 거쳐 뉴욕 범죄조직의 손에 들어가고, 조직은 원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단테 연구의 권위자인 한 작가를 찾아간다. 작가는 원고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점차 단테의 삶과 작품 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한편 영화는 14세기 이탈리아로 시선을 옮겨, 정치적 망명 속에서도 '신곡'을 집필하는 단테의 삶을 함께 그려낸다. 현대와 중세를 오가는 두 이야기는 원고를 둘러싼 탐욕과 권력, 예술과 신념이 서로 맞물리며 전개된다.


원고를 차지하려는 범죄조직과 이를 지키려는 인물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작가의 여정이 교차하면서 영화는 긴장감을 이어간다. 마지막까지 원고의 운명은 인간의 선택에 맡겨지고, 각 인물은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