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졌다. 답답했고,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누구도 이번 경기력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결과도 모두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포털과 SNS, 유튜브를 가득 메운 댓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역대 최악이다", "32강에 가도 창피하다", "감독은 당장 나가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이 넘쳐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패배가 괴로웠을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 한두 번 설 수 있을까 말까 한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스스로를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수십만 개의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다음 경기에서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사람은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지만, 끊임없이 부정당하면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자신감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가 던지는 한마디가 선수들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큰 무게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비판은 필요하다. 감독의 전술은 평가받아야 하고, 선수들의 경기력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왜 졌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따지는 것은 축구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은 분명히 다르다. 비판은 문제를 고치기 위한 것이지만, 비난은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한 경우가 많다. 지금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말들은 과연 어느 쪽에 가까운가. 경기력을 이야기하기보다 선수 개인을 조롱하고 가족까지 들먹이며 모욕하는 댓글을 보면, 우리가 과연 축구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공격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문화가 반복될수록 국가대표가 짊어지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수하면 국민적 조롱거리가 되고, 지면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두려움 속에서 과감한 플레이가 나올 리 없다. 도전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한국 축구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응원은 이길 때만 보내는 박수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필요한 순간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건네는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물론 그때도 비판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롱이 응원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선수들은 국민이 자신들을 믿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끝까지 뛰었고, 국민은 결과를 떠나 끝까지 응원했다. 그 믿음이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만든 힘 가운데 하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표팀은 아직 월드컵이 끝난 것이 아니다. 다른 조 결과에 따라 32강 진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설령 여기서 대회가 끝난다고 해도 우리는 다시 4년 뒤를 준비해야 한다. 그 시작이 또 다른 조롱과 비난이어서는 안 된다. 패배를 냉정하게 분석하되 사람을 무너뜨리지는 말아야 한다.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가 응원해야 할 우리 사람들이다.
강한 대표팀은 좋은 선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 등을 돌리지 않는 국민이 있을 때 비로소 강한 팀이 된다. 경기에서 진 것은 선수들이지만, 패배 앞에서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대한민국 축구 문화의 수준을 보여준다.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돌멩이가 아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응원이다. 그것이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