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난 6.3 지방선거 기간 동안 경기 남부권과 국가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며 지역 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방 이전설’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요건에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수도권 배제 조항’을 최종 삭제하고, 기존 용인·평택 생산 거점의 조기 완공과 비수도권 신규 투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공식화하면서다.
이로써 그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용인산단 이전론은 국가 초격차 경쟁력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읽지 못한 ‘소모적 논쟁’이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 나아가 정부와 민간 기업은 인공지능(AI) 혁명기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향후 30년을 책임질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하고, 용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거점 고도화와 서남권 제2 클러스터 조성을 골자로 하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법적 불확실성 전격 해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25일 입법예고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의 핵심은 제도적 불확실성의 완전한 해소다. 초안에 포함되어 용인시와 경기도, 그리고 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던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시 수도권 제외’ 의무화 독소 조항이 전격 삭제된 것이다.
그동안 이 조항은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에 조성 중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의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등 경기 남부권의 메가 투지를 가로막는 ‘망국적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의 자율적 투자 판단과 국가적 초격차 유지를 도외시한 채 정치적 명분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비수도권 우대’ 기조를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조율했다. 클러스터 지정, 입주기업 지원, 인력양성기관 지정 등에서 수도권 외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유연함을 발휘함으로써,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상충하는 가치를 합리적으로 절충했다는 평가다.
시행령 정비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를 막론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수도권 배제 조항 삭제는 나라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그간 불필요한 조항으로 국민적 우려와 불신을 불러일으킨 정부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원안 추진을 압박해 온 이언주 의원(용인시정·더불어민주당) 역시 “시행령 정비로 제도적 불확실성이 마침내 해소됐다”라며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함께 달성해야 할 국가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 3대 메가 프로젝트 시동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수도권 투자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용인에 짓기로 한 설비를 취소하거나 이전하여 지방으로 간다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폭발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현재 2044~2048년으로 예정된 수도권 클러스터의 완공 시점을 2034~2035년으로 최대 12년 이상 앞당기는 ‘속도전’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2035년 이후에는 수도권 내 추가 부지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력과 용수 공급이 한계에 다다르기 때문에, 비수도권에 제2의 클러스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일 뿐 용인의 기존 투자 계획 변동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정점이 바로 6월 29일 발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다.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인공지능 로봇),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한국 경제를 견인할 삼각축으로 규정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민관 합동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기존 수도권 산단의 완공 시점을 크게 앞당기는 동시에, 서남권 제2 클러스터 신설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은 미래 핵심 반도체 벨트 구축안이 인포그래픽에 확정 반영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민보고회에서 “기존의 용인·평택 중심 설비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라며 “균형발전의 염원과 새로운 AI·반도체 거점 수요가 일치하는 서남권(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800조 원을 투입해 압도적인 공급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일각의 시장 왜곡 우려를 의식한 듯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강요하며 국가적 목표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기업이 이익을 보며 투자할 수 있도록 전력, 용수, 인허가 등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투 트랙 생태계 다변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한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도 정부의 이 같은 방향성에 즉각 화답했다. 특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법 시행령의 독소 조항 삭제를 적극 환영하며, 추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K-반도체 완성형 생태계’ 구축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반도체특위가 제안한 핵심 해법 역시 ‘투 트랙 전략’이다. 수도권의 기존 집적지를 특별법상 클러스터로 신속히 지정해 초격차 제조 능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확장 수요는 비수도권으로 유도해 국가 균형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특위는 현재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의 호황이 주는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위 관계자는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며 “HBM 이후의 미래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선 시스템반도체와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로 생태계의 무게중심을 다변화해야 하며, 용인 클러스터가 그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경기도 차원에서 전력·용수 인프라의 적기 공급은 물론, 반도체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주거·문화·교육 시설 등 배후 정주 여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 인프라 적기 공급의 과제
이전 논란이라는 소모적 터널을 벗어난 지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앞에는 ‘속도전’이라는 엄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상일 시장은 6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해 강도 높은 실행력을 주문했다.
현재 용인 이동·남사읍 일대의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당초 계획 대비 약 6개월가량 행정 및 토목공사 절차가 지연된 상태다. 이 시장은 “정부가 용인 산단을 흔들지 않고 원안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은 다행이지만, 말에 그쳐선 안 된다”라며 “LH 사장을 조속히 임명하고, 국가산단 부지 1·2공구 조성을 위한 토목공사 입찰공고를 전격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계획된 일정에 따르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 안에는 부지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떠야만 한다. 그래야만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의 1기 팹(FAB·반도체 제조공장) 건설 착공이 가능하고, 최종 목표인 2030년 하반기 가동이라는 로드맵을 차질 없이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국인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이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 및 인프라 지원을 등 업고 팹 건설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더 이상의 지연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인프라 확보 역시 발등의 불이다. 특히 핵심은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이다. 용인산단은 거대한 규모만큼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가 예고되어 있다.
이 시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해 “일부 시민단체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및 송전선로 재검토’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3·4기 팹 구동을 위한 2단계 전력 공급 계획을 확고한 의지로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계획한 총 6기의 팹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5·6기 팹의 중장기 전력 확보 방안과 전체 팹에 필요한 용수 공급 관로 건설 준비도 지금부터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현장의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이상일 시장은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국가산단 내에 계획된 6기의 팹을 추호의 변동 없이 용인 땅에 세우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라며 “그동안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한 호남 이전설 등 흔들기 속에서도 용인시민들이 시장과 한뜻으로 단단하게 대처해 온 것을 기업 측도 깊이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모적인 이전 논쟁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행정 지원, 기업의 신속한 투자 실행, 그리고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 매진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