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지켜보며 용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00조 원이 넘는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이 중 평택과 용인의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만2030조 원이 투입된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용인 르네상스’는 이제 확고한 현실이 되었다. 용인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첨단산업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용인에서 도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기업인, 그리고 엄마로서 이 화려한 청사진 이면을 차분히 짚어보고 싶다. 저 거대한 반도체 공장들이 모두 지어지고 난 뒤, 우리 아이들은 용인에 머물며 일하게 될까.
조금 의외일 수 있지만, 반도체 공장의 어마어마한 규모가 곧장 청년 일자리의 다양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현대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은 극한의 자동화가 이루어져 소수의 전문 인력이 통제하는 구조다. 막대한 자본과 전력, 용수가 투입되지만, 동네 구석구석에 활기를 더해 줄 다채로운 일자리는 시민들의 기대만큼 풍성하지 않을 수 있다.
가까운 성남 판교를 보면 힌트가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8만여 근무자 중 열에 여섯 명이 2030세대다.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는 거대한 제조 공장 때문이 아니라, 수천 개의 혁신 기업이 모여 청년들을 부르는 거대한 ‘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인은 어떻게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필자는 ‘판교–수지–기흥을 잇는 데이터센터 벨트’를 그 핵심 해답으로 제안한다.
과학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완벽한 공생 관계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방대한 연산을 처리하는 ‘거대한 두뇌’다. 그리고 이 두뇌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신경망이 용인에서 생산될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반도체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인접하게 되면 차세대 반도체의 즉각적인 실증 테스트베드가 형성되어 연구개발(R&D)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건축과 도시계획 관점에서도 도시 인프라의 ‘효율적 공유’라는 논리적 이점이 있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장벽은 막대한 전력망과 냉각수 확보다. 현재 용인에는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대규모 송전망과 용수 공급망이 대대적으로 깔리고 있다. 이렇게 닦이는 기반 시설을 반도체 제조에만 쓸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IT 기업 유치에 입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나의 인프라로 두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기흥의 업무단지와 수지의 주거지, 판교를 거대한 혁신의 띠로 묶어낼 수 있다.
이 밑그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행정 당국에 네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유연한’패스트트랙 행정’이다.복잡한 인허가 탓에 데이터센터 건립에는 평균3년 반이 소요된다. 4년 이상 걸리던 국가산단 승인을1년9개월로 단축한 용인시의 저력을 민간IT 기업을 맞이하는 전담 창구 구축에 발휘해야 한다.
둘째, 선제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다.4차 산업 시대의 기업은 땅보다 전기를 먼저 찾는다. 시가 한국전력과 선제적으로 협의해IT 생태계를 위한 전력 쿼터를 미리 확보해 둔다면, 유수 기업을 부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셋째, 유연하고 융합적인 공간 계획이다.지식산업센터나 도시첨단산업단지 내에 데이터센터, R&D 연구소, 스타트업이 어우러지도록 토지 이용 지침과 건축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어야 한다. 경직된 틀로는 판교와 같은 활기를 담아내기 어렵다.
넷째, 입체적인 정주 여건 조성이다. 양질의 일자리와 더불어 청년 주택, 문화공간, 쾌적한 광역 교통망을 도시 설계 단계부터 나란히 준비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한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반도체가 용인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라면, 모여들 IT 기업은 무성하게 뻗어나갈 ‘줄기’이며, 꿈을 펼칠 청년들은 가장 값진 ‘열매’다. 지난 6월 29일 확인된 국가적 투자 의지를 강력한 동력 삼아, 용인이 단순한 ‘산업 배후도시’를 넘어 청년들이 웃으며 살아가는 ‘자족 도시’로 도약할 때다.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토론하고 그려가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굳이 짐을 싸 떠나지 않아도 되는 용인의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