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런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되는 것은 다름 아닌 '모바일 신분증'이다. 가격은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5000원부터 시작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실제 화면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가짜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위조 신분증 판매가 아니다. AI의 발달로 누구나 몇 분 만에 정교한 가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신원 확인 체계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실제 SNS와 오픈채팅방에서는 '모바일 신분증 제작'을 내세운 판매 글이 수십 건씩 올라온다. 판매자들은 "편의점, 술집, 모텔 모두 가능", "고퀄리티", "10분 제작", "QR코드 추가 가능" 등을 홍보 문구로 내세운다.
취재 결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판매자는 5000원만 입금하면 즉시 이미지를 보내주겠다고 했고, QR 기능까지 구현한 고급형은 7만~9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분증 위조에는 전문 기술과 장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이미지 편집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 한 장과 기본 정보만 있으면 실제 화면과 거의 차이가 없는 모바일 신분증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도 결국 제도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의 존속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연구용역을 통해 위·변조 가능성과 보안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2022년 도입됐다. 실물 주민등록증 없이 휴대전화 화면만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어 편의점과 음식점, 병원, 공항 등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다만 정부가 검토하는 대상은 기존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보안성을 강화한 '모바일 주민등록증'과는 별개의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순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위조 신분증은 모바일 이전에도 계속 존재했던 문제"라며 "서비스를 없애기보다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보안 기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미 모바일 신분 확인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제도를 없애면 이용자 불편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보안 기술도 같은 속도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최근 AI가 사진과 화면을 사람 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생성하면서 기존 인증 방식이 빠르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화면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앞으로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가짜 화면'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시스템이 어떻게 판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 기술과 실시간 서버 검증, 블록체인 기반 인증 등 한 단계 높은 보안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신분 확인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피해는 편의점이나 술집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 의료, 공공서비스까지 신원 인증이 필요한 모든 영역이 새로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5000원짜리 가짜 신분증은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다. AI 시대가 기존 신원 인증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서비스를 없앨 것인지가 아니라, AI보다 먼저 진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다음 기술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