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도의 재정 위기 극복과 민생 투자를 이유로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일부를 경기도세로 귀속하거나 조정하는 이른바 ‘공동 세원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반도체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용인, 수원, 화성, 평택, 이천 등 주요 지자체들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경기도와 기초지자체 간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 지사는 도지사직인수위원회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종합보고회와 도정 현안회의 등을 통해 경기도의 엄중한 재정 현실을 짚으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지사는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산업이 경기도에서 뛰고 있고 호황이라는데, 정작 도민의 장바구니는 가벼워졌다”고 진단하며 “거대한 성장 숫자와 도민이 체감하는 일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새 도정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꺼내 든 카드는 현재 기초지자체의 몫인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50%)을 도세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의 일부는 경기도의 직접 세입으로 활용해 청년 일자리, 주거, 교통복지 등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조정교부금 형태로 시·군에 재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취임 1호 문서로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K-반도체 혁신 대책’을 결재한 추 지사는 팹(Fab) 조기 완공 등 반도체 인프라 지원에 막대한 도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이 문제를 국회와 함께 풀어갈 생각”이라며 “지방재정이 서로 선순환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피력하며 ‘경기도 재정혁신TF’를 꾸려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반도체 벨트 지자체·의회 전방위 반발
이 같은 경기도의 움직임에 반도체 기업들이 밀집한 일선 지자체들은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선 지역은 단순한 세수 혜택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교통 혼잡, 환경 관리, 도로 및 상하수도 확충 등 막대한 행정·재정적 부담과 주민들의 희생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만, 향후 경기 침체로 상황이 악화되면 경기도가 이를 보전해 줄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는 명백히 지방 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시 역시 “현행법상 엄연히 시가 걷는 세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화성시의회는 이미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원화 즉각 중단 촉구 입장문’을 발표하며 공식 행동에 돌입했다.
■ 기업 유치 위축 등 진통 예고
전문가들과 지자체들은 도의 안일한 ‘윈윈’ 주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비용을 감내하며 기업을 유치했음에도, 그 결실인 세수의 절반을 광역단체가 가져간다면 향후 기초지자체들의 기업 유치 의지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국가 전략산업의 안정적인 정착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인지방소득세의 세목을 변경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추 지사가 재정악화의 돌파구로 던진 법인지방소득세 귀속 카드가 도내 지자체 간의 극심한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