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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웰빙/의학)

휴대폰이 금융이 된 시대…개통도 '얼굴 인증'으로 바뀐다

신분증만으론 부족…명의도용 원천 차단
금융 수준 본인확인 첫 적용…초기 혼선 가능성도

 

용인신문 | 휴대전화 개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신분증 한 장만으로는 새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다. 휴대폰이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금융과 인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개통 절차 역시 은행 계좌 개설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다.

 

6일부터 전국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과정에서 기존 신분증 확인 외에 추가 본인확인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이용자는 안면인증, 모바일 신분증, 당일 발급 주민등록초본 가운데 하나를 이용해 자신의 신원을 다시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휴대전화 개통 절차를 대폭 손질한 이유는 최근 급증한 명의도용 범죄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분증만 확보하면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비교적 쉽게 개통할 수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른바 '대포폰'은 보이스피싱과 문자사기, 금융사기 조직의 핵심 범죄 도구로 활용돼 왔다.

 

문제는 휴대전화가 이제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 인증, 간편결제, 모바일 신분증, 각종 공공서비스 로그인까지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가 휴대전화를 신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휴대전화 한 대만 탈취하거나 타인 명의로 개통하면 금융 계좌 접근부터 각종 온라인 인증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정부가 개통 단계부터 본인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도록 제도를 바꾼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사에서 계좌를 만들 때 얼굴 인증이나 추가 신원 확인을 거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보안 체계를 통신 가입에도 적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 제도는 대면 매장은 물론 온라인 비대면 개통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같은 통신사를 유지하면서 단말기만 교체하는 기기 변경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용자 편의보다 보안을 우선한 만큼 시행 초기 혼선도 예상된다.

 

안면인증은 조명이나 촬영 환경에 따라 실패할 수 있고, 모바일 신분증은 미리 발급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초본 역시 당일 발급본만 인정돼 준비 없이 매장을 찾은 이용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을 들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모바일 신분증을 아직 발급받지 않은 이용자들은 개통 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제도 안착 이후 본인확인 수단을 더욱 다양화하고 주민등록초본 진위 확인 시스템을 연계하는 등 보안 체계를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부정 개통에 연루된 판매점과 유통망 관리도 한층 강화해 명의도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제도는 휴대전화 가입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의미보다, 디지털 사회에서 휴대전화가 사실상 '전자 신분증'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신분증을 확인하면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디지털 신원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이는 통신 서비스의 변화라기보다 디지털 신뢰 체계 전체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