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퇴근길 마트에서 장을 본 주부 김모(48) 씨는 집에 오자마자 고기와 채소를 냉장고에 넣었다. 남은 김치찌개도 냄비째 냉장고로 들어갔다. 싱크대에는 아침 설거지를 끝낸 행주가 아직 축축하게 걸려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여름 저녁 풍경이다. 하지만 식품위생 전문가들은 "장마철 식중독은 바로 이런 주방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식중독이라고 하면 횟집이나 김밥집, 상한 도시락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족이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와 도마, 김치통, 행주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눈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주방 곳곳은 어느새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배양기'가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중독은 매년 6월부터 급격히 증가해 7~9월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올해처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살모넬라균과 병원성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캠필로박터균 같은 식중독균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음식만 의심할 뿐, 음식을 보관하는 환경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장고도 예외가 아니다. "냉장고에 넣었으니 괜찮겠지." 아마 가장 흔한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는 세균을 죽이는 공간이 아니다. 단지 활동을 잠시 늦출 뿐이다. 냉장실 온도가 4℃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문을 자주 열고 닫으면 일부 세균은 여전히 살아남아 증식을 이어간다. 음식을 빈틈없이 채워 넣으면 냉기가 제대로 돌지 않아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전문가들이 냉장고를 70% 정도만 채우라고 권하는 이유다.
가장 의외의 위험지대는 김치통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으며 젓가락을 넣고 국물이 흐르지만 정작 뚜껑 안쪽이나 고무패킹은 거의 씻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틈새에는 수분과 음식물이 남아 세균과 곰팡이가 서서히 번식한다. 장마철에는 김치통도 한 번쯤 '목욕'이 필요하다.
도마는 식중독이 가장 많이 시작되는 현장이다. 생닭을 손질한 도마에서 사과를 깎고, 삼겹살을 썬 칼로 토마토를 자르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렇게 생고기의 세균이 채소와 과일로 옮겨가는 것을 '교차오염'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기용과 채소용 도마를 따로 쓰라고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축한 행주는 더 심각하다. 행주는 음식물 찌꺼기와 수분, 적당한 온도를 모두 갖춘 '세균의 천국'이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수많은 세균이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행주는 삶거나 전자레인지로 소독한 뒤 완전히 말려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장마철에는 '씻는 것'보다 '말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냉장고 문 손잡이도 빼놓을 수 없다. 생고기를 만진 손으로 냉장고를 열고, 다시 채소를 꺼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손잡이는 세균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가운데 하나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냉장고 안은 청소해도 손잡이는 거의 닦지 않는다.
남은 음식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뜨거운 찌개를 냄비째 냉장고에 넣으면 내부까지 식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음식은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에서 머물게 된다. 작은 용기에 나누어 빨리 식힌 뒤 보관하고, 다시 먹을 때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끓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장마철 주방 관리의 핵심은 '깨끗함'보다 '건조함'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은 다시 증식한다. 도마와 행주, 수세미, 고무장갑까지 사용 후에는 충분히 말리고, 냉장고도 주기적으로 비워 청소하는 것이 여름철 식중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식중독은 특별한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병만은 아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열고 닫는 냉장고, 무심코 집어 드는 행주, 매일 사용하는 도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올여름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보양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늘 저녁 냉장고 문을 열어 김치통과 행주부터 한 번 살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냉장고도 방심하면 세균의 아파트"…장마철 꼭 지켜야 할 10가지
장마철 식중독은 밖에서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가장 위험한 식당은 우리 집 주방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위생 전문가들이 권하는 장마철 식중독 예방 수칙을 정리했다.
첫째, 냉장고를 '만능 금고'로 믿지 말자.
냉장고는 세균을 죽이는 곳이 아니라 잠시 쉬게 하는 곳이다. 냉장실은 4℃ 이하, 냉동실은 -18℃ 이하를 유지해야 세균 증식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둘째, 냉장고도 숨을 쉬게 하자.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를 빈틈없이 밀어 넣으면 냉기가 돌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냉장고를 70% 정도만 채워야 음식도 오래 살고 냉장고도 오래 산다고 말한다.
셋째, 뜨거운 찌개를 바로 넣는 것은 '세균 초대장'이다.
큰 냄비째 넣으면 냉장고 안 전체 온도가 올라간다. 음식은 작은 용기에 나누어 식힌 뒤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넷째, 생고기와 상추는 절대 같은 집에 살면 안 된다.
생고기에서 나온 육즙 한 방울이 채소에 떨어지면 식중독균도 함께 옮겨간다. 생고기는 가장 아래 칸, 채소는 따로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섯째, 도마 하나로 모든 음식을 해결하지 말자.
생닭을 썬 도마에서 과일을 썰면 식중독균도 함께 먹는 셈이다. 고기용과 채소용 도마는 분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여섯째, 김치통은 '세균의 장기 임대주택'이 될 수 있다.
뚜껑 고무패킹에는 국물과 수분이 남기 쉽다. 장마철에는 패킹까지 분리해 씻고 완전히 말려야 한다.
일곱째, 행주는 깨끗해 보여도 믿지 말자.
젖은 행주 한 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균이 살 수 있다. 매일 삶거나 소독하고, 무엇보다 완전히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덟째, 냉장고 손잡이도 세균은 놓치지 않는다.
생고기를 만진 손으로 가장 먼저 잡는 곳이 냉장고 손잡이다. 주 1회 정도는 소독용 알코올이나 중성세제로 닦아주는 것이 좋다.
아홉째, 냉장고는 창고가 아니다.
"언젠가 먹겠지" 하며 밀어 넣은 반찬은 세균에게는 최고의 보금자리다. 오래된 음식은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열째, 최고의 살균제는 비싼 소독제가 아니라 '30초 손 씻기'다.
조리 전후, 생고기를 만진 뒤 비누로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교차오염을 막을 수 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식중독 예방법이다.
식품위생 전문가들은 "장마철에는 화려한 보양식보다 냉장고 청소가 먼저"라며 "김치통 하나, 젖은 행주 하나, 도마 하나가 가족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여름 식중독과의 싸움은 식탁이 아니라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