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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예금도 주식도 아니다…30조 대기자금, 새로운 피난처 찾았다

3시간 만에 1200억 완판…'돈의 흐름' 바꾸는 IMA
금리 하락·증시 피로감 겹치자 '안전한 수익'으로 투자축 이동

 

용인신문 | 불과 3시간. NH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종합투자계좌(IMA) 2호 상품 1200억원이 모두 팔리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만 해도 일부 투자자들에게 생소했던 금융상품이 이제는 판매 개시와 동시에 완판되는 '오픈런' 상품이 됐다.

 

이 장면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돈이 움직이는 방향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그동안 개인자금은 금리가 오르면 은행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은 미국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변수,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방향성을 잃었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불안하고, 예금만 하기에는 수익이 부족한 '회색지대'가 커진 것이다.

 

그 빈자리를 IMA가 파고들고 있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원금 지급을 약속하면서도 운용 성과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고객 자금은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되고, 운용 성과가 좋으면 투자자가 그 과실을 함께 나눈다.

 

핵심은 상품 구조보다 시대 변화다.

 

과거에는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손실은 피하면서 수익을 얻는 전략'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진다.

 

실제로 IMA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상품을 내놓으며 누적 판매잔고 2조8000억원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증권도 후속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 역시 첫 상품 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 상품까지 단시간에 완판시키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여기에 KB증권도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금융당국 인가를 받으면 네 번째 IMA 사업자로 뛰어들 전망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경쟁은 이제 기업금융뿐 아니라 고객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누가 금리를 조금 더 주느냐'보다 '누가 더 잘 굴리느냐'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IMA의 기준수익률은 연 4% 안팎이지만, 운용 성과가 이를 웃돌면 추가 수익이 지급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1호 IMA는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메자닌 등에 투자해 현재 11%를 웃도는 운용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모든 IMA가 두 자릿수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운용 성과는 시장 상황과 투자 자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가 원금을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반 투자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안전자산의 진화'로 해석한다.

 

과거 안전자산의 기준은 은행 예금과 국채였다. 이제는 초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량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안정형 투자상품이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에도 새로운 경쟁을 요구한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만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자본 규모뿐 아니라 우량 기업금융 딜을 얼마나 확보하고, 위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고객의 수익률을 결정한다. '금리 경쟁'이 아니라 '운용 능력 경쟁'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3시간 만의 완판은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니다. 금리 인하기와 불안한 증시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내린 새로운 선택의 결과다. 돈은 언제나 가장 유리한 곳으로 흐른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무조건 높은 수익을 좇지 않는다. '얼마나 안전하게 벌 수 있는가'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