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부드럽게 흐르는 노른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달걀'의 기준이다. 호텔 조식의 반숙 달걀, 라면 위에 올린 수란, 샐러드에 곁들이는 반숙 계란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하지만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7월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달걀이라도 여름철에는 '얼마나 익혀 먹느냐'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반숙보다 완숙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식중독 예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름철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쉬운데, 달걀은 살모넬라균 감염과 가장 자주 연결되는 식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름은 식중독의 계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식중독 환자의 절반 이상이 6~9월에 집중됐고, 최근 5년 동안은 7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살모넬라균이 노로바이러스를 제치고 가장 많은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균으로 집계됐다.
살모넬라균은 닭의 장과 분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달걀이 산란되는 과정에서 껍데기에 균이 묻을 수 있고, 달걀을 깨는 순간 껍데기에 있던 균이 내용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드물지만 닭의 난소나 난관이 감염된 경우에는 달걀 내부가 처음부터 오염돼 있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눈으로는 오염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신선한 달걀처럼 보여도 세균이 존재할 수 있으며, 특히 노른자가 충분히 익지 않은 반숙 상태에서는 균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살모넬라 감염은 단순한 배탈로 끝나지 않는다. 감염 후 6~72시간 안에 고열과 설사, 복통, 구토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 탈수와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와 고령층, 임신부, 항암치료 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욱 위험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살모넬라 식중독의 대가를 치렀다. 김밥이나 냉면에 올리는 달걀지단이 원인으로 확인된 집단 식중독 사례가 반복됐고, 2022년 경남 김해 냉면집 집단 식중독 사고에서는 달걀지단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며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여름철에는 조리 과정에서 한 번의 부주의가 대규모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식품 안전 전문가들은 여름철 달걀 관리에서 '보관'과 '가열'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는다. 달걀은 구입 직후 4℃ 이하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달걀을 미리 씻어 보관하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껍데기를 덮고 있는 천연 보호막이 손상되면 오히려 세균이 내부로 침투하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척은 조리 직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충분한 가열이다. 살모넬라균은 중심온도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대부분 사멸한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흰자는 물론 노른자까지 단단하게 익힌 완숙 형태가 가장 안전하다. 반숙을 즐기더라도 기온이 높은 한여름만큼은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달걀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칼과 도마는 생고기와 채소, 달걀 등을 구분해 사용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이런 작은 위생수칙 하나가 교차오염을 막아 식중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지난해 1인당 연간 348개의 달걀을 소비했다. 거의 하루 한 개꼴이다. 가장 익숙한 식재료인 만큼 방심하기 쉽지만, 여름철만큼은 조리법 하나가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선택하는 반숙 한 알보다, 충분히 익힌 완숙 한 알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