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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인 가구 800만 돌파…'혼자'보다 위험한 것은 건강의 방치

 

용인신문 |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표준이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섰고,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세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다.

 

그동안 1인 가구 증가는 결혼관 변화나 개인의 가치관 변화, 고령화 같은 사회현상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국내 연구진이 한국과 영국 성인 약 294만 명을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는 이 질문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스(Mayo Clinic Proceeding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가구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더 높았다. 한국에서는 전체 사망 위험이 약 25%, 65세 이전에 숨지는 조기 사망 위험은 27% 높았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으며 조기 사망 위험은 43%까지 증가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혼자 산다'는 사실 자체보다 얼마나 오래 혼자 살아왔는지였다. 연구진은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5년 이상 장기간 1인 가구로 생활한 사람들에게서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반대로 함께 생활하는 가족 수가 늘어날수록 사망 위험은 점차 낮아졌다.

 

하지만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혼자 살면 위험하다'가 아니다.

 

연구진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을 다시 분석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적 취약성이었다. 저소득이 전체 위험 증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사회적 박탈감과 흡연, 외로움, 우울 증상이 그 뒤를 이었다.

 

즉, 혼자 사는 것보다 혼자 살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생활환경과 건강 습관이 더 큰 문제였다는 의미다.

 

흡연은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혼자 살면서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 다인 가구보다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졌고, 일부 분석에서는 조기 사망 위험이 수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생활하면 식사를 거르거나 편의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쉽고 운동량은 줄어든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미루기 쉽고 술과 담배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 은퇴 이후에는 사람을 만날 기회마저 줄어들면서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이 겹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희망적인 결과도 있었다.

 

연구에서는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한 1인 가구의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세 가지 건강습관을 모두 유지한 경우에는 전체 사망 위험이 절반 이상 줄었고 조기 사망 위험 역시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는 1인 가구가 반드시 건강에 불리하다는 뜻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사회적 관계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제 1인 가구 정책도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거와 돌봄, 경제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정신건강 관리와 사회적 연결망 회복, 건강생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역시 앞으로 1인 가구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혼자 살아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혼자'는 더 이상 위험요인이 아니다. 위험한 것은 사회와의 연결이 끊기고 건강을 돌볼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고립'이다. 800만 명이 넘는 1인 가구 시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외로움이 아니라 고립을 줄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