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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도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적금만으론 고객 못 잡는다…'연 10% 예금' 등장
ETF·레버리지 열풍까지 돈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용인신문 | 한때 은행은 돈을 가장 안전하게 맡기는 곳이었다. 월급을 받으면 적금을 들고, 만기가 되면 다시 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재테크의 공식이었다. 사람들은 "어느 은행 금리가 가장 높습니까"를 묻고, 은행은 몇 % 더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금 은행 창구에서 들리는 말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스피가 오르면 최고 연 10% 수익을 드립니다",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금리가 달라집니다." 이제 은행도 금리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식 투자 열풍이 금융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과 ETF, 연금계좌로 빠르게 이동하자 은행들도 더 이상 예금과 적금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려워졌다. 결국 은행은 예금에 주식시장의 수익 구조를 접목한 지수연동예금(ELD)을 잇달아 내놓고, 파킹통장 금리를 연 3~4%대로 높이며 증권사와 정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예금과 투자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이런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각각 6.25%, 5.68%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 결과는 같은 삼성전자에 투자했더라도 어떤 상품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전혀 달랐다.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산 투자자는 약 6% 손실을 봤지만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투자자는 하루 만에 10~13%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반대로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는 1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업을 선택했는데도 금융상품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상품은 적금과 주식 정도로 구분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다. 적금은 원금을 지키는 상품이고, 주식은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ETF는 여러 기업을 한꺼번에 담아 위험을 분산하는 투자상품이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 지수연동예금까지 등장하면서 투자자는 상품의 구조부터 이해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적금은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금융상품이다. 예금자보호 제도 안에서 원금을 지킬 수 있고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수익률은 제한적이다. 반면 주식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자산이다. 단기적으로는 크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면 투자자의 자산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기 매매보다 장기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장기 투자의 대표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 ETF다. ETF는 삼성전자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 여러 곳에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미국 S&P500 ETF 역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대표 기업 500곳에 함께 투자하는 구조다. 한 기업이 흔들려도 다른 기업이 이를 보완해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증식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레버리지 ETF는 이름처럼 수익도 손실도 확대되는 전략형 상품이다. 시장이 하루 5% 오르면 10%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5% 하락하면 손실 역시 두 배 가까이 커진다. 특히 시장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변동성이 누적되면서 장기 수익률은 일반 ETF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레버리지 ETF를 장기 투자보다 단기 전략 상품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은행권이 내놓고 있는 지수연동예금(ELD)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ELD는 예금이지만 코스피200이나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NH농협은행은 최고 연 9.45%, KB국민은행은 최고 연 10.75% 수준의 상품을 선보였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코스피200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연동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은행이 이제는 단순히 금리 경쟁이 아니라 투자 수익률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물론 높은 수익률에는 반드시 조건이 따른다. ELD는 상품마다 수익 구조가 복잡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녹아웃 조건 때문에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레버리지 ETF 역시 높은 수익만큼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이 상품 이름보다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파킹통장도 달라지고 있다. 연 3~4%대 우대금리를 내세우며 증권사의 CMA와 경쟁하고, 은행 계좌 하나로 주식 거래까지 가능한 통합계좌도 등장했다. 은행과 증권사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으며 금융회사들은 더 이상 서로 다른 시장이 아니라 같은 고객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를 맞았다.

 

결국 지금은 적금을 할 것인가, 주식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가 아니다.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적금과 예금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장기적인 자산 증식은 우량주와 ETF를 활용하며,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 ELD 같은 전략형 상품은 위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 뒤 활용하는 시대다.

 

불과 10년 전 사람들은 어느 은행 금리가 가장 높은지를 궁금해했다. 지금 사람들은 어떤 ETF가 좋을지, 미국 주식을 살지 국내 주식을 살지, 연금계좌를 어떻게 활용할지, ELD가 정말 안전한지를 묻는다. 질문이 달라졌다는 것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돈을 맡기는 시대에서 돈을 운용하는 시대로, 지금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상품이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