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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웰빙/의학)

8년 금연의 기적…알츠하이머 위험 42% 낮췄다

국민 140만 명 10년 추적…금연 2년부터 알츠하이머 위험 감소
8년 이상 유지하면 42% 낮아져

 

용인신문 | 담배를 끊으면 가장 먼저 좋아지는 것은 폐일까, 심장일까. 국내 연구진은 이번에 "뇌"라는 답을 내놨다. 흡연으로 손상된 뇌는 담배를 끊는 순간부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매 위험도 함께 낮아졌다. 특히 8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사람은 현재 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4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예방은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다.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성인 140만3천636명을 평균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단순히 흡연 여부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을 통해 반복 확인된 흡연 상태를 분석해 실제 금연을 꾸준히 유지한 사람만 별도로 분류했다. 중간에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운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해 금연 자체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했다.

 

추적 기간 동안 새롭게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5만8천519명이었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평생 비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4.6% 높았다. 흡연이 폐암과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뇌를 늙게 만드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이라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가 다시 확인한 것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금연 이후 나타난 변화였다. 많은 흡연자는 "이미 오래 피웠는데 지금 끊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담배를 끊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도 현재 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0.1% 낮았다. 금연 기간이 2~3년이면 위험 감소 폭은 23.4%로 커졌고, 6~7년은 29.0%, 8년 이상에서는 41.8%까지 낮아졌다. 금연 기간이 길수록 뇌가 회복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날까. 흡연은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산소 공급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만성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신경세포를 지속적으로 손상시킨다. 혈액과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 장벽 기능도 약화된다. 결국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병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과 타우 단백질 이상이 촉진되면서 뇌는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혈관 기능이 조금씩 회복되고 염증 반응도 감소한다. 손상된 신경환경이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서서히 낮아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다만 흡연으로 축적된 손상이 모두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 금연 2년 미만에서는 여전히 비흡연자보다 위험이 다소 높았지만, 2년 이상부터는 위험 수준이 비흡연자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치매 전체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병만을 따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함께 분석해 흡연의 영향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환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질환인 만큼, 이번 연구는 흡연이 뇌 신경퇴행 자체를 촉진한다는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 치료제는 잇따라 개발되고 있지만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을 완전히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이 예방을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꼽는 이유다. 금연은 폐암을 막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기억과 판단력, 그리고 독립적인 노후를 지키기 위한 투자라는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뇌 속에서 병리 변화가 시작되는 질환"이라며 "금연 역시 빠를수록 효과가 크고 장기간 유지할수록 예방 효과가 더욱 뚜렷해진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