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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질 수 없는 남자'가 던진 가장 잔인한 질문

"악인을 변호해야만 딸이 산다“

 

용인신문 |  살인범을 변호해야만 사랑하는 딸을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인도 영화 '질 수 없는 남자'는 이 질문 하나만으로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간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보다 법과 양심, 사랑과 책임이 충돌하는 인간의 가장 깊은 딜레마를 그려낸 작품이다. 법정 스릴러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변호사이자 한 아버지의 선택이 놓여 있다.


주인공은 원칙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변호사다. 돈보다 정의를 앞세우며 죄를 알면서도 변호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신념을 시험한다. 어린 딸이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일하게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하필 자신이 변호를 거부했던 바로 그 살인 피의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딸을 살리려면 살인범을 법정에서 구해야 하고, 정의를 지키려면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법정 스릴러에서 인간 드라마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해야 하지만, 법정 밖에서는 누구보다 그가 악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변호사. 법률가로서의 직업윤리와 아버지로서의 본능은 한순간도 화해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충돌한다. 영화는 어느 한쪽을 선악의 기준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신념을 지키려 할수록 더 큰 고통 속으로 빠져드는 인간의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따라간다.


작품에 더욱 깊은 울림을 더하는 것은 딸의 존재다. 아이는 그의 친딸이 아니다. 아내가 과거 사랑했던 남자와의 인연 속에서 태어난 아이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혈연보다 더 강한 것이 함께 살아온 시간과 책임, 그리고 사랑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가족은 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가 이야기 전반을 관통한다.


법정 역시 단순히 죄인을 심판하는 공간이 아니다. 영화 속 법정은 한 아버지의 양심이 재판받는 장소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의 원칙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인간의 본능은 끝내 쉽게 화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관객 스스로 답을 찾도록 만든다.


결말은 재판의 승패보다 주인공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처음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패배는 단순히 경쟁에서 지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보다 원칙을, 관계보다 승리를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승패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승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 '질 수 없는 남자'는 마지막에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강인한 남자를 뜻하는 제목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오히려 지지 못하는 사람의 비극을 상징하는 제목이 된다. 질 수 없는 사람은 사과하지 못하고, 도움을 청하지 못하며, 사랑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역설을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승패가 아니라 인간의 성장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결코 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이기는 삶보다 자신의 욕심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삶이 더 어렵고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조용히 전한다.


최근 넷플릭스에는 자극적인 범죄 스릴러가 쏟아지고 있지만 '질 수 없는 남자'는 총격전이나 추격 장면 대신 침묵과 선택으로 긴장을 만든다. 범인의 정체보다 한 아버지의 흔들리는 마음이 더 큰 반전을 만들어내고, 법정의 판결보다 한 인간의 변화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은 재판의 결과가 아니다.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어디까지 양심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다. 인생은 누군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이 아닐까.


'질 수 없는 남자'는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이면서도 결국 부모의 사랑과 인간의 양심, 그리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스크린 속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피고인이지만, 영화가 끝난 뒤 마지막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관객 자신이다. 그래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이 영화의 진짜 재판은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