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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직원을 잘 챙기면 회사도 성장한다.”
성과를 낸 직원에게 연봉을 올려주고,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대표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이제 기업 경영의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상식이 뜻밖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직원 연봉을 높여준 순간, 대표 개인의 건강보험료가 실제 소득과 관계없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를 인정한 대가가 ‘건강보험료 폭탄’이라면 앞으로 누가 대표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을 선뜻 채용하려 할까. 인재를 우대할수록 기업인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장 대표 17만 6022명이 본인 소득이 아닌 사업장 최고 연봉 직원의 보수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받았다.
현행 건강보험법 시행령은 대표의 월 소득이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직원보다 적을 경우, 대표 역시 그 직원의 보수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가 소득을 축소 신고해 보험료를 줄이는 편법을 막기 위해 만든 장치다.
문제는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와 기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병원과 법률사무소, IT기업, 연구개발 기업 등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과 변호사, 연구원, 개발자에게 대표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일이 흔하다. 스타트업 역시 전문경영인이나 핵심 인재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하며 경쟁력을 확보한다. 대표보다 직원 연봉이 높은 것이 비정상이 아니라 경쟁력의 상징이 된 시대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산정 방식은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사례는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보건업체 대표의 실제 월소득은 약 2320만 원이었다. 원래 소득대로라면 건강보험료는 월 82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최고 연봉 직원의 월급이 1억 4000만 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대표의 건강보험료는 월 4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대표의 실제 월소득이 166만 원 수준이었지만 고액 연봉 직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가 월 6만 원에서 322만 원으로 뛰었다. 실제 소득보다 수십 배 많은 보험료를 부담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건강보험공단에 소득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객관적인 소득 확인 자료가 없는 사업장은 최고 연봉이 아니라 사업장 평균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결국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한 대표는 최고 연봉 직원 기준을 적용받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장은 평균 급여 기준을 적용받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정직하게 신고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된 사업장은 2023년 22만 7936명, 2024년 23만 1726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17만 6022명에 달했다. 반면 평균 보수를 적용받은 사업장은 지난해 1만 8489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료 부과의 기본 원칙인 ‘실제 소득에 따른 부담’과 현행 제도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탈루를 막는 장치는 필요하지만, 실제 소득이 명확히 확인되는 사업주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최고 연봉 직원의 급여를 적용하는 방식은 합리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대표보다 급여가 높은 직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소득과 무관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라며 “성실하게 신고하는 사업주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직원을 더 우대할수록 대표의 부담이 커지는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성과를 인정하는 기업이 손해를 보는 사회에서는 인재에게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렵다.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역시 탈루 방지라는 원래 취지는 살리면서, 변화한 기업 현실과 공정성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