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전 가게 열고 고달픈 투잡
부지런·성실함으로 매출 쑥쑥
임대인 건물 인수 제안에 결단
용인중앙시장과 동고동락 인생
용인신문 | ◼ 읍내 시골 장터에서 마주한 인생의 터닝포인트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90년대 초반, 지금의 도심 풍경과 달리 용인은 '읍(邑)' 단위의 고즈넉한 시골 동네였다. 당시 용인중앙시장은 바닥 포장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인 전형적인 시골 장터였다.
수원에서 번듯한 연구소와 직장 생활을 하던 김용(82) 사장이 이곳에 발을 들여 ‘BYC’매장을 연 것은 순전히 아내 친구 부부의 조언 덕분이었다.
“처음 시장 조사를 하러 왔을 때는 ‘이 흙바닥 가게에서 내가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망설여질 정도로 열악했어요. 하지만 아내 친구가 수원에서 란제리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고 미래 가능성을 읽었습니다. 딸아이를 먼저 수원 매장에 보내 1년 넘게 일을 배우게 하며 철저하게 준비했죠.”
그는 수원 영통 현대아파트에 살며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용인중앙시장으로 퇴근하는 고단한 투잡 생활을 2년간 이어갔다. 치밀한 매출 분석 끝에 직장 정년퇴직 이후의 삶보다 이 사업의 전망이 훨씬 밝다는 확신이 서자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시장통에 뼈를 묻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용인중앙시장 ‘BYC’의 역사가 시작됐다.
◼ 세입자에서 건물주로…인생을 바꾼 과감한 결단
처음에는 단 한 칸짜리 작은 매장을 임대해 시작했다. 부지런히 발로 뛰며 성실함으로 무장하자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쌓아온 철저한 분석력과 시장 조사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건물 주인이 건물을 매입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제시한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거절했는데 얼마 뒤 다른 사람에게 건물이 넘어가기 직전이라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되겠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당시 제가 분양받아 살고 있던 영통 아파트에 웃돈을 얹어 상가 건물과 바꾸는 형식으로 인수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고집했던 동기들이 은퇴 후 퇴직금을 잃고 방황할 때 그는 자신이 일군 4층짜리 건물에서 아침저녁으로 문을 여닫으며 여전히 활기찬 ‘현역 사장님’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
◼ 황무지에서 현대식 시장으로
김용 사장은 용인중앙시장의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시장의 기틀을 닦은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친목 수준에 머물던 상인회를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똑똑한 사람을 추천해서 회장으로 밀어주고 시청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시장을 양성화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흙바닥이던 골목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하늘에 아케이드(비가림막)가 씌워지고, 주차장이 커지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죠. 과거에는 오일장 노점상들과 갈등도 많았지만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며 이제는 ‘상생의 생태계’를 이뤄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그였지만 최근 이어지는 극심한 불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야시장이나 별빛 마당 마켓 같은 이벤트들이 당장 상인들에게 직접적인 대박 매출을 안겨주진 못하더라도 젊은 부모와 아이들이 “아, 중앙시장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인지하게 만드는 미래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어른다운 혜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
여든둘의 나이에도 아침저녁으로 매장을 살피는 그는 요즘 젊은 상인들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기가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은 좋은데 조금만 어려우면 1년을 못 버티고 쉽게 포기해 버려요. 장사는 절대 당장 눈앞의 결과만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꾸준히 참고 견디며 고비를 넘겨야 비로소 내 사업이 번창하는 법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인과 연구소를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아 든든하게 매장을 지켜주는 딸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비포장도로의 먼지 날리던 시골 장터에서 시작해 번듯한 건물을 올리고 시장의 큰 어른이 되기까지, 김용 사장이 흘린 땀방울은 용인중앙시장의 역사 그 자체이자 오늘날 우리가 아카이브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용인의 유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