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감정가 2억1500만원짜리 아파트가 645만원에 나왔다. 숫자만 보면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공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권리관계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강남스타빌 다세대주택 한 세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매시장에 등장했다. 건물 면적은 47.25㎡, 토지 지분은 36.676㎡이며 감정가는 2억1500만원이다. 그러나 무려 17차례 유찰되면서 공매예정가격은 감정가의 약 3% 수준인 645만원까지 떨어졌다. 숫자만 놓고 보면 '2억원짜리 집을 645만원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7번이나 유찰됐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물건을 더욱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반복 유찰되는 물건은 입지가 나빠서라기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낙찰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요소가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물건은 일반 경매가 아닌 압류재산 공매다. 압류재산은 세금 체납과 관련된 사건이 많아 등기부등본과 공매재산명세서를 통해 선순위 권리와 인수해야 할 의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선순위 임차인 존재 여부다. 만약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남아 있고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 구조라면 645만원이라는 가격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가처분, 법정지상권 등 권리관계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점유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다. 현재 집에 소유자가 거주하는지, 임차인이 살고 있는지, 아니면 공실인지에 따라 명도 비용과 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낙찰 이후 점유자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관리비 체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장기간 공매가 진행된 물건은 관리비가 수개월 또는 수년간 밀려 있는 사례도 있다. 체납 관리비 가운데 일부는 낙찰자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입찰 전에 관리사무소 확인이 필요하다.
건물 상태도 직접 살펴봐야 한다. 공개된 사진으로는 외관이 다소 노후된 다세대주택으로 보이며 내부 상태는 확인되지 않는다. 누수나 결로, 배관, 보일러, 전기시설 등의 문제는 수천만원의 추가 공사비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가격보다 실제 투자금이 훨씬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낙찰자가 준비해야 하는 자금은 공매예정가격만이 아니다. 입찰보증금과 낙찰잔금은 물론 취득세와 등기비용, 명도비용, 체납관리비, 리모델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선순위 권리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추가 자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용인 기흥구 중동은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공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느냐'다. 감정가 2억1500만원이 645만원까지 떨어졌다는 숫자는 분명 시선을 끌지만, 그 숫자만 믿고 입찰했다가는 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떠안을 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매는 가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사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이 물건 역시 등기부등본과 감정평가서, 공매재산명세서, 임차인 현황, 관리비 체납 여부 등을 모두 확인한 뒤 최종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45만원이라는 숫자에 현혹되기보다 왜 이 물건이 17번이나 유찰됐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공매 투자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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