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
이시영
좋은 시인이란 어쩌면 듣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깊은 산 삭풍에 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놀라서 달음박질치는 다람쥐의 재재바른 발자국 소리도
조심조심 들을 수 있다
때론 벼락처럼 첨탐 높은 교회당을 때리는 야훼의 노한 음성도
어릴 적 볏짚 담 너머 키 작은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좋은 시인이란 그러므로 귀가 쫑끗 솟은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잉크병 얼어붙은 겨울밤 곱은 손 불며
이 모든 소리를 백지 위에 철필로 꾹꾹 눌러쓸 것이다
약력: 전남 구례 출생하였고,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제3회 신인작품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정지용 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