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가운데)이 24일 NH농협은행, 대한노인회와 맺은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엄마, 나 사고 났어.”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은 이 한마디에 평생 모아온 노후자금을 잃는다.
“검찰입니다”, “금융감독원입니다”, “휴대전화가 해킹됐습니다”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범죄 조직은 가족을 사칭하고, 공공기관을 흉내 내고, AI 음성까지 동원해 어르신들의 불안을 파고든다. 전화를 끊고 정신을 차렸을 때 통장은 이미 텅 비어 있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단순한 금융사기가 아니다. 노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약 30%는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잃고도 돌려받을 방법이 없어 절망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예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용인시가 이런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안전망을 꺼내 들었다.
시는 24일 NH농협은행 용인시지부, 대한노인회 처인·기흥·수지구지회와 ‘시니어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속았다고 모든 것을 잃지는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 보이스피싱으로 실제 금전 피해를 입으면 피해액의 70%를 최대 1000만 원 한도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가입비는 전액 무료다. NH농협은행 영업점이나 모바일 앱 ‘올원뱅크’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가입일부터 1년 동안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 보험은 범죄를 막는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피해 이후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마지막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상일 용인시장과 박종복 NH농협은행 용인시지부장, 대한노인회 남기화 처인구지회장, 정수조 기흥구지회장, 홍순용 수지구지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해 지역 차원의 금융안전망 구축에 뜻을 모았다.
협약에 따라 용인특례시는 보상보험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대한노인회는 경로당과 노인대학,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입과 예방 교육을 지원한다.
이상일 시장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변하면서 어르신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예방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당한 시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안전장치 역시 필요하다. 많은 어르신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복 NH농협은행 용인시지부장은 “전국적으로 100만 명 한정으로 운영되는 사회공헌형 상품인 만큼 용인의 어르신들이 먼저 가입해 혜택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홍순용 수지구지회장도 “보이스피싱은 남의 일이 아니다. 실제 피해를 겪기 전까지는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노후 자금을 지키는 일이 곧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예방 교육과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문자메시지, 악성 앱 설치, AI 음성 사칭, 메신저 피싱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전화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즉시 전화를 끊은 뒤 가족이나 경찰, 금융기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생 일해 모은 노후 자산은 한순간의 실수로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용인에서는 그 마지막 충격을 덜어줄 사회적 안전망이 하나 더 생겼다.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만약 속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도시. 용인이 보이스피싱 대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