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아버지가 남긴 것은 100억 원짜리 상가 건물이었지만, 정작 네 남매의 손에는 상속세를 낼 현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최근 부친상을 치른 A씨(55)의 고백은 오늘날 상속 현장이 처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십억 원 상당의 자산을 물려받고도 당장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건물을 헐값에 처분하거나 급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위기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과거 상속의 핵심 질문이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내가 떠난 뒤에도 내 재산과 가족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로 상속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법원에 접수되는 상속재산 분할 사건이 연간 3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주목할 점은 전체 분쟁의 80% 이상이 재산 1억 원 이하의 평범한 가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상속 갈등이 거액 자산가만의 문제가 아니며, 부모의 뜻을 안전하게 이행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할 때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부모의 마지막 뜻을 담는 수단은 ‘유언장’이었다. 그러나 유언장은 사망 직후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는 효력이 있지만, 이전 이후의 이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강제하거나 관리할 수는 없다.
“형제끼리 우애를 지켜라”, “배우자를 끝까지 부양하라”는 당부는 상속인의 순수한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이 바로 ‘신탁(Trust)’과 ‘종신보험’의 결합이다.
신탁은 부모가 생전에 정한 조건과 절차를 계약으로 명확히 규정하여, 사후에도 부모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물려주되 배우자를 일정 기간 부양해야 최종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설계하거나, 기업 지분을 단계적으로 승계하도록 조건부 계약을 설정할 수 있다.
상속을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질 가족의 안정을 위한 장기 플랜’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신탁이라는 세밀한 설계도가 완성되더라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데, 바로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다.
부동산 위주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성 자산 부족으로 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비극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이때 ‘종신보험’이 완충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생전에 종신보험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준비해 두면, 자녀들은 상속 발생 즉시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정산할 수 있다.
소중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지 않고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A씨 역시 아버지가 준비해 둔 종신보험 덕분에 상가 건물을 지켜낼 수 있었다.
상속은 이제 사후에 일어나는 남겨진 자들의 절차가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 가족의 미래와 평화를 철저히 계산하고 설계하는 적극적인 경제 활동이다.
유언장을 넘어 신탁과 종신보험 등 현대적인 금융 장치를 활용해 부모의 뜻이 다음 세대까지 안전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상속의 풍경이다.
그동안 유언장 중심이던 상속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AI로 생성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