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참치 한 캔, 햄 한 통, 꽁치 통조림 하나. 바쁜 아침에는 반찬이 되고, 늦은 밤에는 간단한 한 끼가 되며,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찾는 비상식량이 된다.
이처럼 통조림은 현대인의 식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간편식이다. 유통기한은 길고 조리는 간단하며 가격 부담도 적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은 물론 캠핑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가 먹는 것은 내용물만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음식을 보호하기 위해 캔 안쪽에 입혀진 코팅과 장기 보관을 위한 제조 방식이 예상하지 못한 건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조림의 가장 큰 논란은 캔 내부 코팅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다. BPA는 금속이 음식과 직접 닿아 부식되는 것을 막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온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체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영유아 제품에 사용을 금지했고, 식품업계도 'BPA Free' 제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심혈관 건강이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의과대학 심혈관의학과 산제이 라자고팔란 교수는 BPA가 혈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BPA는 혈관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의 생성을 감소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혈관을 쉽게 수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며, 이러한 노출이 반복되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학술지 Hypertens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BPA가 코팅된 캔 음료를 마신 참가자들의 소변 속 BPA 농도가 유리병 음료를 마신 사람보다 크게 증가했고, 수축기 혈압도 단기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반복적인 BPA 노출이 심혈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조림의 건강 부담은 BPA 하나만이 아니다. 장기 보관을 위해 염분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햄과 일부 생선 통조림은 한 캔만 먹어도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경우가 있으며, 과일 통조림은 당분이 많은 시럽에 담겨 있는 제품도 흔하다. 결국 통조림을 자주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과 비만,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품 상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캔이 찌그러졌거나 녹이 슬었거나, 바닥이나 뚜껑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제품은 내부 부식이나 세균 증식 가능성이 있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봉한 뒤에는 캔째 냉장 보관하기보다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옮겨 담아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조림에서 꺼낸 음식을 잠시 다른 용기에 담아두면 내용물과 캔 내부 코팅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BPA의 영향이 혈압을 넘어 생식 건강과 암 발생 가능성으로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여러 국제 연구에서는 BPA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여성의 난소 기능과 배란 과정, 배아 착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시험관아기(IVF) 시술을 받는 여성에서는 체내 BPA 농도가 높은 경우 임신 성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남성 역시 정자 수와 운동성 저하와의 연관성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유방암 분야에서도 BPA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유방 조직의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을 촉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추적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는 단계이며, BPA가 난임이나 유방암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행히 통조림 자체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 식품으로 볼 필요는 없다. 최근 식품업계는 BPA를 사용하지 않는 내부 코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포장재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끔 통조림을 먹는 정도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통조림과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품, 영수증 등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BPA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생활습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먹느냐'와 '어떻게 선택하느냐'다. 통조림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여전히 유용한 식품이지만, 편리함만 믿고 매일 식탁에 올리는 습관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의 포장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BPA-Free 제품을 선택하며, 신선한 식재료와 균형 있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편리함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건강은 결국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오늘 식탁 위 통조림 하나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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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제학술지 Hypertension과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연구진의 BPA 관련 연구, 생식의학 및 환경보건 분야의 국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