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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허허벌판 텅빈 상가를 명소로 탈바꿈 시킨 주역

휴먼 아카이브 : 용인을 만든 사람들 4 _ 유석호 전 보정동카페거리 상인회장

 

 

대한민국 최초 프랜차이즈 치킨 시대 연
‘림스치킨’ 창업주… 한때 가맹점 470여개
서울 송파 건물 정리하고 보정동에 정착
문화거리 지정·주차장 확보 발전 기틀 마련

 

용인신문 |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상가가 다 비어 있었고 심어 놓은 나무조차 없었기에 더 쓸쓸한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았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췄으며, 나름 문화를 가져오고 끈질긴 노력으로 주차장을 확보하면서 거리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는 매년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문화·휴식 공간이다. 예쁜 카페와 특색 있는 맛집, 계절마다 펼쳐지는 울창한 나무 그늘과 거리 공연은 이곳 거리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15년 전만 해도 이곳은 비어 있는 상가가 수두룩했던 한산한 택지개발지구에 불과했다. 이랬던 텅 빈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고 오늘날의 ‘보정동 카페거리’로 탈바꿈시킨 중심에는 초창기 상인회장(보정동·단국대 문화의거리 발전협의회장)을 지낸 유석호 회장(85)이 있었다.

 

◼ 대한민국 1호 ‘림스치킨’ 창업주, 보정동에 터를 잡다

유석호 회장은 사실 외식업계에서 익숙한 이름이다. 1977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 시대를 열었던 ‘림스치킨’의 창업주이자 회장이다. 한창때는 전국 가맹점이 470여 개에 달하는 막강한 프랜차이즈 치킨 소리를 들었다. 내년이면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부가 선정한 ‘100대 기업(백세 기업)’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일평생을 외식 사업에 바쳐온 인물이다.

 

서울 송파의 건물을 정리하고 보정동으로 내려온 그는 98개 상가주택 건물주 중 하나로 이곳에 집을 짓고 터를 잡았다. 그러나 당시 보정동은 인근 분당 정자동 상권에 밀려 점포들이 계속 빠져나가던 황량한 곳이었다.

 

“상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어요. 장사가 안되니까 사장님들이 모두 빠져나간 거지요. 그래서 남아 있었던 상가 사장님들과 건물주들이 뜻을 모아 나를 상가 회장으로 앉히고 활성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단국대 장학금’부터 ‘150억 국비 확보’… 발로 뛰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가 회장으로서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명칭과 정체성 확립’이었다. 인근 단국대학교와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개인 사비를 들여 연 1000만 원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학교 측의 협조를 얻어 ‘보정동 단국대 문화의거리’라는 공식 명칭을 만들며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98명의 건물주 회원들을 설득해 “우선 상권부터 살리자”며 초기 임대료를 낮추도록 유도했다. 텅 빈 골목에는 시와 협의해 느티나무 100그루와 벚나무를 심고 보행자 도로를 조성했다.

 

가장 큰 난관은 여름철마다 반복되던 하천 범람과 고질적인 주차난이었다. 유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했다. 국회 및 지자체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하천 정비 사업비 15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냈고, 당시 용인시(김학규 시장)와 협의해 거리의 숙원이었던 공영주차장 조성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노력 끝에 보정동 카페거리는 용인시 최초이자 유일한 ‘공식 카페거리 인증’을 시의회로부터 받아냈고, ‘신사의 품격’, ‘내 딸 서영이’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급부상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 ‘상생’과 ‘내실’이 살아남는 비결… 초심을 되새기며

문화거리 지정과 주차장 확보, 상권 안정화까지 기틀을 완벽히 다진 후, 유 회장은 미련 없이 회장직에서 물러나 본업인 림스치킨 경영과 미국 이민 및 해외 사업에 집중해 왔다.

 

유 전 회장은 여전히 보정동 자택에서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남양주 본사 공장까지 왕복 150km를 직접 운전하며 출퇴근한다. 꾸준한 일상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중의 하나라는 그의 삶에는 현역으로서의 열정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새로 창단한 용인시 축구단에 매달 치킨을 무상 후원하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도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이 초창기 기반을 닦았던 보정동 카페거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보정동 건물 점포에 ‘림스치킨 직영점’을 새롭게 오픈하며 직접 현장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벤트만 화려하게 한다고 상권이 유지되는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자기 노하우를 쌓아온 점포들이 있어야 거리에 내실이 생겨요. 손님과 상인, 더불어 지역 사회가 원만하게 이익을 나누고 상생하는 마음을 가질 때 거리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 85세 청춘의 새로운 출발

허허벌판이던 땅에 나무를 심고, 주차장을 만들고, 문화를 입혀 오늘의 보정동 카페거리를 만들어 낸 유석호 회장.

 

8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맛의 노하우가 있기에 브랜드의 활로를 더 넓혀갈 수 있다”며 소탈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보정동 카페거리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인 ‘원조 1세대의 집념과 지역을 향한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다시 보정동에 직영점 불을 밝히는 그의 재도전과 함께, 보정동 카페거리는 초창기 그들이 가졌던 ‘상생과 열정’의 초심을 다시금 기억하고 있다.

 

현대식 상가와 나무숲, 이국적인 매력으로 손님들에게 어필하는 현재의 보정동카페거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