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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김종경의 포커스 인(Focus In) 용인

AI 시대, 우리는 왜 여전히 공부해야 하는가

용인신문 | “AI가 나보다 똑똑한데 왜 공부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던질 질문일 것이다. AI는 인간보다 빨리 계산하고 방대한 양을 기억하며, 순식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시험을 풀고 논문을 요약하며 프로그램도 만든다. 내가 몇 시간을 공부해야 겨우 아는 것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내놓으니, 책상 앞의 아이가 억울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공부는 정말 필요가 없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반대다. AI 시대에는 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과거의 공부가 정답을 외우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공부는 어떤 답을 믿을지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가 늘 옳지는 않다. 틀린 정보도 자신 있게 말하고, 편향된 자료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AI의 말을 그대로 믿지만, 공부한 사람은 '정말 그런가, 근거는 무엇인가' 하고 한 번 더 묻는다. 공부는 AI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AI에게 속지 않기 위한 힘이다.

 

좋은 질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아는 것이 있어야 무엇이 이상한지 보이고, 많이 읽어야 빠진 부분을 알 수 있다. 떨어지는 사과에 "왜"를 묻던 뉴턴, 백성이 글 모름을 불편히 여긴 세종대왕처럼 문명은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 의해 움직였다.

 

AI도 질문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묻고, 누구의 고통을 살피며, 어떤 결과를 감수할지는 결정하지 못한다. 수술 성공률은 계산해도 환자의 두려움은 책임지지 않으며, 정책 효율은 분석해도 그로 인해 눈물 흘리는 사람을 위로하지 못한다. AI는 답을 낼 뿐, 결과의 무게와 책임은 끝내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공부는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옳은지 고민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역사를 모르면 오래된 거짓말에 속고, 과학을 모르면 근거 없는 공포에 흔들리며, 문학을 읽지 않으면 타인을 상상하는 힘이 메마르기 때문이다.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정답을 외우는 아이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AI를 다루는 법뿐 아니라 의심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기초지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힘은 빈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식이 없으면 질문도 얕고 판단도 흔들린다. AI 시대의 공부는 암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암기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인간은 불, 바퀴, 인터넷 같은 도구를 만들어 능력을 키워왔다. AI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인간의 목적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 칼이 수술 도구가 될지 흉기가 될지는 그것을 쥔 사람이 결정하듯, AI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여전히 공부하라고 말해야 한다. AI보다 많이 알고 빨리 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AI의 답 앞에서 고개만 끄덕이는 대신,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지는 사람, 똑똑한 기계 앞에서도 끝까지 인간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