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유럽에서 올여름 폭염으로 평년보다 1만명 넘는 사람이 숨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638명, 추정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29일 하루에만 76명이 응급실을 찾았고, 전북 김제의 90대 여성과 경북 울진의 8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은 더 이상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다.
많은 사람은 "더우면 탈수돼 죽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단순한 탈수가 아니라 체온조절 시스템의 붕괴다.
우리 몸은 중심체온을 약 37℃로 유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을 넓히고 땀을 흘려 열을 밖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폭염이 계속되거나 습도까지 높으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한다. 몸은 계속 수분을 잃는데도 체온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장기가 심장이다. 피부로 혈액을 보내 열을 식히느라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탈수로 혈액량은 줄어든다. 심장은 적어진 혈액으로 온몸에 산소를 보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는다.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는 이 과정에서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체온이 계속 오르면 뇌도 버티지 못한다. 처음에는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시작하지만 판단력이 흐려지고 말이 어눌해진다. 심하면 경련과 의식 소실로 이어진다. 폭염 속에서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는 사람은 단순히 지친 것이 아니라 이미 뇌 기능이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신장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탈수로 혈액이 부족해지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고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한다. 여기에 장시간 야외 노동까지 겹치면 근육이 파괴되는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해 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올해 온열질환자의 31.4%는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가장 많았고, 발생 장소도 실외 작업장(26.9%), 논밭(15.0%), 길가(12.1%) 순이었다. 가장 흔한 질환은 열탈진(60.7%)이었지만, 환자의 16.2%는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이었다.
열사병은 체온이 대개 40℃ 이상으로 오르면서 의식장애가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몸속 단백질과 효소가 망가지고 전신에 강한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심장과 뇌, 신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잃는다. 치료가 늦으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속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는 '땀'이 아니라 '의식 변화'라고 강조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비틀거리고, 의식을 잃는다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그늘이나 냉방이 되는 곳으로 옮겨 몸을 식히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가장 빠른 응급처치다.
결국 사람은 단순히 더워서 죽는 것이 아니다. 체온을 식히기 위해 심장이 한계까지 뛰고, 뇌와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며,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는 순간 생명도 함께 무너진다. 폭염은 더위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증명된 '치명적인 질병'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