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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 수사 끝났다…72년 형사사법체계 대수술

경찰이 사실상 모든 일반 형사사건 수사…검찰은 기소 전담
'수사권 독점 해소' 기대 속 경찰 견제 장치 실효성 논란

 

용인신문 |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에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검찰은 더 이상 범죄를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 일반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새로운 사법 시스템이 본격 출범하게 됐다.

 

국회는 31일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검찰 중심의 수사 구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가장 큰 변화는 수사의 중심축이 검찰에서 경찰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찰은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행사하던 구조를 해체함으로써 권한 집중을 막고 형사사법 절차의 균형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해 상호 견제와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면서 새로운 과제도 함께 떠올랐다. 가장 큰 쟁점은 막강해진 경찰 수사를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다.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하며, 필요하면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담당 수사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적절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경찰관서나 중대범죄수사청 등에 보완수사를 맡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됐다.

 

검찰은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소기관이라는 새로운 검찰의 역할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장치만으로 경찰 수사를 충분히 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완수사 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에 불과해 강제력이 제한적이고,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사건 처리가 미흡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제도에서도 검찰은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5년여 동안 실제 징계 요구 사례는 단 한 건에 그쳤다. 법률상 권한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통제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형사법 교수들도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경찰 수사를 실효성 있게 통제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견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권한 축소를 추진한 측은 과거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선진 형사사법체계의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경찰 수사에 대한 책임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개편으로 한국 형사사법체계는 70여 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 시대'를 마감하고 경찰 중심의 새로운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는 법률 조문이 아니라 실제 사건 현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수사 자율성과 독립성이 확대된 만큼, 그 권한을 어떻게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가 새 형사사법체계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