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인 만큼 의료계는 그동안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안에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재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해당 적응증이 유지될 수도,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어 의료 현장은 물론 환자들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특정 의약품 하나의 존폐를 넘어 우리나라 치매 예방 전략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모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가 이 시기를 '골든타임'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이 사실상 없는 현실이다.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을 되돌리는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결국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재 의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돼 온 약제의 효능이 다시 검증대에 오르면서 의료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2019년부터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후 식약처는 2020년 임상재평가를 결정했고, 건강보험도 치매 환자를 제외한 적응증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대폭 높였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이번 임상재평가는 약 48주 동안 진행된 무작위 대조임상시험(RCT)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의료계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질환의 특성상 1년 남짓한 임상 결과만으로 치료 효과를 단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수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실제 진료 현장과 임상시험 환경 사이의 차이도 크다.
이 때문에 실제 진료 과정에서 축적된 장기 데이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장기간 환자를 추적한 실사용증거(RWE)를 함께 분석해야 약효를 보다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나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실사용증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체 치료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은행엽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이 주된 적응증이고, 니세르골린 역시 치매 환자에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최근 도입된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레켐비는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연간 치료비가 수천만 원에 이르고 반복적인 MRI 검사도 필요해 일반 환자가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결국 경도인지장애 환자 상당수는 생활습관 개선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는 이번 재평가가 단순히 한 품목의 허가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국가 전략과 현실적인 치료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단기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며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는 물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축적된 장기 데이터를 함께 검토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완치를 기대한다기보다 병이 조금이라도 늦춰지기를 바라며 치료를 이어간다"며 "대체 치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치료 선택지까지 줄어든다면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초고령사회. 이번 임상재평가는 특정 의약품의 효능을 넘어 우리 사회가 치매 예방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