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많은 직장인에게 휴가는 더 이상 온전한 쉼이 아니다. 여행지에서도, 집에서도 휴대전화가 울리면 다시 업무가 시작된다.
퇴근 이후를 넘어 휴가까지 회사와 연결된 채 살아가는 직장인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8%는 휴가 기간 중 상사나 동료로부터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연락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무 연락을 받은 직장인의 절반이 넘는 53.5%는 결국 휴가 중 일을 처리했다.
휴가지나 집에서 노트북을 열어 업무를 마무리하거나, 필요에 따라 회사나 현장으로 복귀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휴가 중이어서 나중에 처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조사에서는 직장 내 책임이 클수록 휴가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급 500만 원 이상 직장인의 61.2%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았다고 답해 150만 원 미만 근로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직급이 높고 근속 기간이 길수록 업무 연락을 경험한 비율도 함께 높아졌다.
세대별 차이도 확인됐다. 30대는 휴가지에서 즉시 업무를 처리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0대는 회사나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휴가를 온전히 개인 시간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연령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 것이다.
스마트폰과 메신저가 일상이 되면서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를 벗어나면 업무도 끝났지만, 이제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업무 요청이 이어지는 환경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휴가가 본래의 기능인 재충전보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시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제도보다 현실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근무시간 외 전화나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휴식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본다.
휴가 중에도 업무가 반복되는 문화가 고착될 경우 피로 누적과 업무 효율 저하, 조직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휴가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휴가를 떠나는 순간에도 휴대전화 전원을 끄지 못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쉰다’는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사회에서 진정한 휴식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이제 기업 문화와 제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