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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연애도 안 한다, 아이도 안 낳는다…'섹스리스 세대'가 온다

중국 콘돔 시장 4년 새 25% 증발…한국도 젊은 부부 성생활 감소 추세
숏폼·경제난·고립 문화가 친밀한 관계 바꿔…저출산보다 더 앞선 ‘인구 경고등’

 

용인신문 | 저출산은 결과였다. 그보다 먼저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고, 연애하지 않았으며, 성관계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이전 단계인 ‘친밀한 관계’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콘돔과 발기부전 치료제 판매가 동시에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고, 한국에서도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섹스리스’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은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약해진 결과”라고 진단한다.

 

베이징대와 푸단대가 실시한 ‘중국 사생활 질량 조사(CPLS)’는 이런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18~25세 청년의 일회성 성관계 경험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연애 상대가 있는 청년들 가운데서도 성생활이 없는 비율은 이전 세대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함께 사랑하지만 관계는 멀어진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콘돔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08억 위안에서 지난해 156억 위안으로 4년 만에 25% 축소됐다. 중국 대표 콘돔 브랜드 제스방(JISSBON)은 모기업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고, 중국산 발기부전 치료제 ‘진거’ 판매량도 2년 연속 감소했다. 한때 경기 침체가 오면 오히려 콘돔 판매가 늘어난다는 ‘콘돔 패러독스’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이제는 불황이 오면 소비가 아니라 성생활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지목한다. 숏폼 영상과 SNS, 모바일 게임은 언제든 즉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연애와 성관계는 시간과 감정, 약속과 책임이 필요하다. 클릭 한 번이면 새로운 자극이 쏟아지는 시대에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은 점점 더 번거로운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도 큰 이유다. 중국에서는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질 경우 집 마련과 혼수, 결혼식, 육아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연애는 더 이상 가벼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뒤따르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만 언론은 이를 두고 “연애와 결혼이 고위험 자산투자가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난임 의료현장에서는 “임신을 원하지만 성관계 횟수 자체가 매우 적은 부부”를 흔하게 만난다. 맞벌이 부부들은 퇴근하면 각자 스마트폰을 보거나 피곤에 지쳐 잠드는 생활이 반복되고, 성관계는 배란일에 맞춘 ‘일정’으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부 상담기관에서도 성생활 감소와 정서적 거리감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섹스리스는 더 이상 일부 부부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상담과 연구에서는 젊은 부부일수록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 경제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친밀한 관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결혼 만족도는 물론 출산 계획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성적 불황(Sex Recession)’이라는 개념이 사회학 용어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젊은 세대의 성생활 감소와 섹스리스 부부 증가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가는 달라도 원인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디지털 콘텐츠의 일상화, 경제적 불안, 늦어지는 결혼, 개인화된 생활방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출산 장려금이나 보육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어려워진 사회에서는 출산은 마지막 단계의 문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 인구학자는 “출산율은 사회의 마지막 숫자일 뿐”이라며 “그 이전에 연애가 줄고, 결혼이 줄고, 성관계가 줄어드는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을 하지 않는 사회’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 사회’일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성생활의 감소는 단순한 사생활의 변화가 아니다. 인구 감소 시대를 앞당기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