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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폭염 속 선풍기, 체온 높인다”

WHO, 수십 년 폭염 상식 ‘경고’

용인신문 |

 


 

“더우면 선풍기를 더 세게 틀어라.”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 상식이 올여름 무너졌다. 강한 선풍기 바람이 오히려 체온을 높일 수 잇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도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가 사상 초유의 ‘괴물폭염’에 갇히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먼저 경고한 대상은 다름 아닌 선풍기였다.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순간 선풍기는 더 이상 몸을 식히는 기기가 아니라 뜨거운 공기를 계속 몸으로 보내 체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염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다.

 

WHO는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와 건강 대응 지침에서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날씨가 아니라 심장과 폐, 신장까지 동시에 위협하는 ‘침묵의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열사병은 물론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신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며 특히 고령자와 영유아,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짧은 시간에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선풍기 사용법이다. 일반적으로 선풍기는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지만 주변 공기 자체가 40도를 넘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바람을 몸에 계속 불어넣는 셈이어서 체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폭염에는 선풍기를 오래 틀수록 좋다’는 믿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WHO는 에어컨을 27도 안팎으로 설정한 뒤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권했다. 체감온도는 더 낮아지고 냉방 효율도 크게 높아져 전기요금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창문과 커튼을 닫아 햇빛을 차단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나 새벽에 환기하는 것도 실내 온도를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폭염에서는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습관도 위험하다. 갈증을 느끼는 순간 이미 몸은 탈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HO는 시간당 한 컵 정도씩 물을 꾸준히 마시고 하루 2~3L의 수분을 나눠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거나 젖은 수건으로 목과 팔을 식혀 체온을 직접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낮 외출은 이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달궈진 도심에서는 체감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10~15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

 

WHO는 가장 더운 시간대의 야외 활동과 운동을 피하고 하루 몇 시간이라도 냉방시설이 있는 공간에서 몸을 식히는 것이 열사병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경고도 이어졌다. 주차된 차량 안은 짧은 시간 안에 치명적인 온도로 변하는 만큼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단 한순간도 혼자 남겨둬서는 안 된다.

 

유모차를 햇빛에서 보호하겠다며 마른 담요를 덮는 행동 역시 내부에 뜨거운 공기를 가둬 오히려 온도를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WHO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폭염과 관련해 매년 약 48만 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갈수록 더 뜨겁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염은 참아내는 계절이 아니라 대응법을 바꾸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재난이라며 “올여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에어컨 온도가 아니라 더위를 대하는 우리의 상식”이라고 입을 모은다.